문예지발표작

아내의 젖을 보다 / 이승하

자크라캉 2009. 3. 3. 10:44

 

                    사진<요실금정보와 우먼센스>님의 카페에서

 

내의 젖을 보다  /   이승하


  나이 쉰이 되어 볼품없이 된
  아내의 두 젖가슴이
  아버지 어머니 나란히 모신 무덤 같다
  유방암이란다
  
  두 아이 모유로 키웠고
  내가 아기인 양 빨기도 했던
  아내의 젖가슴을 이제
  메스로 도려내야 한다
  나이 쉰이 다 되어 그대
  관계를 도려내고
  기억을 도려내고
  그 숱한 인연을 다 도려내고 있듯이

  암이 찾아왔으니 암담하다
  젖가슴 없이 살아야 할 세월의 길이를
  생명자가 있어 잴 수가 있나
  거듭되는 항암 치료로 입덧할 때처럼
  토하고 또 토하는 아내여
  그대 몇십 년 동안 내 앞에서
  무덤 보이며 살아왔구나
  두 자식에게 무덤 물리며 살아왔구나

  항암 치료로 대머리가 되니
  저 머리야말로 둥그런 무덤 같다  
  벌초할 필요가 없다
  조부 무덤 앞 비석이
  발기된 내 성기 닮았다  


                     -2008년 [서정시학] 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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