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윤동주문학상 수상작]
상황그릇 / 박라연
품이
간장종지기에 불과한데
항아리에 담을 만큼의 축복이 생긴들
무엇으로 빨아들일까
궁리하다가
추수부터 해보자
넘치면 허공에라도 담아보자 싶어
종지기에 추수한 복을 붓기 시작했다
붓고 또 붓다보니
넘쳐흐르다가
깊고 넓은 가상육체를 만든 양
이미 노쇠한 그릇인데도
상황에 따라 변하기 시작했다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져줄 때의 형상이 가장 맛, 좋았다
허공에도
마음을 바쳐 머무르니
뿌리 깊은 그릇이 되어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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