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2008년 윤동주문학상 수상작 / 상황그릇 - 박라연]

자크라캉 2009. 1. 12. 11:29

 

 

[2008년 윤동주문학상 수상작]

 

 

황그릇 / 박라연

 

 

품이

간장종지기에 불과한데

 

항아리에 담을 만큼의 축복이 생긴들

무엇으로 빨아들일까

궁리하다가

 

추수부터 해보자

넘치면 허공에라도 담아보자 싶어

종지기에 추수한 복을 붓기 시작했다

 

붓고 또 붓다보니

넘쳐흐르다가

깊고 넓은 가상육체를 만든 양

 

이미 노쇠한 그릇인데도

상황에 따라 변하기 시작했다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져줄 때의 형상이 가장 맛, 좋았다

 

허공에도

마음을 바쳐 머무르니

뿌리 깊은 그릇이 되어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