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밤의 시(詩)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9. 29. 10:15

 

사진<뉴질랜드 여름캠프>님의 카페에서

 

 

의 시(詩)   /  김춘수 

                                                                                                                        
왜 저것들은 소리가 없는가
집이며 나무며 산(山)이며 바다며
왜 저것들은
죄(罪)지은 듯 소리가 없는가
바람이 죽고
물소리가 가고
별이 못 박힌 뒤에는
나뿐이다 어디를 봐도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이 천지간(天地間)에 숨쉬는 것은
나 혼자뿐이다.
나는 목메인 둣
누를 불러볼 수도 없다
부르면 눈물이
작은 호수(湖水)만큼 쏟아질 것만 같다
―이 시간(時間)
집과 나무와 산(山)과 바다와 나는
왜 이렇게도 약(弱)하고 가난한가
밤이여
나보다도 외로운 눈을 가진 밤이여

 

 

 

 

 

 


'김춘수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사냥 / 김춘수  (0) 2008.09.29
유년시(幼年時) 3 / 김춘수  (0) 2008.09.29
산보(散步)길 / 김춘수  (0) 2008.09.10
봄 C / 김춘수  (0) 2008.09.10
봄 B / 김춘수  (0) 200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