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달의 뒤편/고 경 숙

자크라캉 2008. 7. 8. 11:23

 

 

 

                               사진<구름과 강>님의 블로그에서

 

 

의 뒤편/고 경 숙

 

 

 

젖은 빨래를 탁탁 털어널고 들어간 아내에게

방망이로 흠뻑 두들겨 맞은 날은

일수도장을 찍은 것처럼 후련하다

빨랫대가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접어진 허리며 정강이가                   

부러질 뻔 했다 용케도 죽지 않고

정신을 차려 세상을 보면 불똥처럼

외곽순환도로 위 차들이 거꾸로 붙어간다

그맘때쯤

겨울별도 내 늘어진 팔뚝에서 목 솔기에서

오색영롱한 빛으로 뜬다

늘어진 전선들이 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기타 구멍처럼 후미진 이곳에선

일 다녀온 아내들에게 매일 밤 얻어맞는

일 없는 남자들이 나처럼 빨래줄에 얹혀져

궁시렁 궁시렁 달을 한 잔씩 비운다

옥탑방까지 무단으로 올라온

빈 은행나무 가지들이

바람부는 대로 달의 표면을 쓸고 있다

쓸어갈 것도 쓸려가는 것도 모두 초라한

달의 뒤편에 기울었던 해는 뜰까

새벽밥 지으러 아내 쪽문열고 나올 때까지

양팔뚝에 고드름 차고 뜬 눈으로 밤을 샌다

쥐새끼 한 마리 못 지나가도록 말이다. 

 

 

[다시올문학]. 2008.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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