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름과 강>님의 블로그에서
달의 뒤편/고 경 숙
젖은 빨래를 탁탁 털어널고 들어간 아내에게 방망이로 흠뻑 두들겨 맞은 날은 일수도장을 찍은 것처럼 후련하다 빨랫대가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접어진 허리며 정강이가 부러질 뻔 했다 용케도 죽지 않고 정신을 차려 세상을 보면 불똥처럼 외곽순환도로 위 차들이 거꾸로 붙어간다 그맘때쯤 겨울별도 내 늘어진 팔뚝에서 목 솔기에서 오색영롱한 빛으로 뜬다 늘어진 전선들이 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기타 구멍처럼 후미진 이곳에선 일 다녀온 아내들에게 매일 밤 얻어맞는 일 없는 남자들이 나처럼 빨래줄에 얹혀져 궁시렁 궁시렁 달을 한 잔씩 비운다 옥탑방까지 무단으로 올라온 빈 은행나무 가지들이 바람부는 대로 달의 표면을 쓸고 있다 쓸어갈 것도 쓸려가는 것도 모두 초라한 달의 뒤편에 기울었던 해는 뜰까 새벽밥 지으러 아내 쪽문열고 나올 때까지 양팔뚝에 고드름 차고 뜬 눈으로 밤을 샌다 쥐새끼 한 마리 못 지나가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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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올문학]. 2008.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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