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닥터 우리들>님의 카페에서
밥 /
6·25전쟁이 터진 가을
12살 오빠는 시골 큰아버지 집 더부살이였는데
끼니때마다 큰아버지가 밥 많이 먹는다고 소리쳐
무릎이 곪고 부은 발로
낙엽을 밟으며 사라졌다.
친척들 집에 자식들을 나누어 맡기고
며칠마다 둘러보던 어머니가 오빠를 찾아
정신 없이 폭탄이 떨어지는 빈 도시 집으로 가보니
오빠는 호두나무 밑에서 호두를 까먹고 있었다.
어머니가 다시 큰집으로 데려가려 하자
오빠는 호두나무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전쟁터 집에 머물렀다.
얼마 후 12살 오빠는
국군들 잔심부름하는 소년병으로 지원하면
가족에게 쌀 한 가마 준다는 말에
어머니가 잠든 사이
얼어터진 발로 떨어진 고무신을 신고
눈을 밟으며 집을 떠났다.
<시와 생명>, 200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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