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산거북이 산악회>님들의 카페에서
고독의 形式 / 김륭
미아삼거리 허름한 여관 세면대에서 양말을 빨았죠
팬티도 아니고 양말을 빠는데 거참, 물이 사람을 물고기로 봤는지
구중꾸중 꾸짖는 소리, 목 늘어난 넌닝구처럼 마구 쥐어짜는
물소리 한번 참 몰상식하데요
집나간 마누라행세를 하데요 발톱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당신 또한 구멍난 양말을 신고
다닌 바람이었는지 모르죠 입을 틀어막기엔 걸레보다 양말이 낫다며 덜덜 목이 부러져라 얼
굴을 돌리는 선풍기, 뒤돌아보면 늘 목이 탔던 길이어서 킁킁 양말 속으로 코를 들이밀었겠
지만 몸이 화끈 달아오르데요 콧구멍에서 생선가시로 변한 나무 몇 그루와 구름이 조금 흘
러나왔지만 나비넥타이를 매고 살기엔 머리가 너무 무거워졌더군요 발가락이 숨을 할딱거
리데요 어항 속을 뛰쳐나온 금붕어처럼 울긋불긋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렸지요
내가, 내 몸을 벗어나기엔 사각 침대가
너무 깊더군요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07.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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