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고독의 形式 / 김륭

자크라캉 2008. 7. 8. 11:33

 사진<안산거북이 산악회>님들의 카페에서

 

 

독의 形式 / 김륭

                                                               

   미아삼거리 허름한 여관 세면대에서 양말을 빨았죠

   팬티도 아니고 양말을 빠는데 거참, 물이 사람을 물고기로 봤는지

   구중꾸중 꾸짖는 소리, 목 늘어난 넌닝구처럼 마구 쥐어짜는

   물소리 한번 참 몰상식하데요

 

   집나간 마누라행세를 하데요 발톱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당신 또한 구멍난 양말을 신고
다닌 바람이었는지 모르죠 입을 틀어막기엔 걸레보다 양말이 낫다며 덜덜 목이 부러져라 얼
굴을 돌리는 선풍기, 뒤돌아보면 늘 목이 탔던 길이어서 킁킁 양말 속으로 코를  들이밀었겠
지만 몸이 화끈 달아오르데요 콧구멍에서 생선가시로 변한  나무 몇 그루와  구름이 조금 흘
러나왔지만 나비넥타이를 매고 살기엔 머리가 너무 무거워졌더군요  발가락이 숨을 할딱거
리데요 어항 속을 뛰쳐나온 금붕어처럼 울긋불긋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렸지요

   내가, 내 몸을 벗어나기엔 사각 침대가

   너무 깊더군요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07.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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