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가(론)들

정지용

자크라캉 2008. 6. 18. 09:59

정지용


단순 투명하기 그지 없는 시어의 조화를 통해 높은 시적 성취를 보여주고 있는 정지용의 시세계는 1930년대 우리시단을 명실상부하게 대표했고, 동시대 내지 후대의 수많은 시인 들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지속적으로 우리 현대 시의 진로를 지시,예고하는 중요한 시사적 의미를 점하고 있다. 정지용의 시 세계는 세가지 경향으로 크게 구별 되는 데,이국정서에 기반을 둔 동적인 세계가 그 첫째이며,전통적인 향토정서의 세계가 그 둘째며,카톨릭에 귀의하여 구원의 문제를 다룬 종교시의 세계가 세째 경향에 해당된다. 이 세가지 시적 경향의 공통점은 순수시의 정신이라고하겠다. 날카롭고 재치있는 감각적 표현을 특성으로 하는 정지용의 시세계는 먼저 시각적이미지의 치밀한 구축을 통해 동적인 이국정조 속에서 드러내고 있다.<바다1>에서 정지용은 바다가 출렁이는 것을 천막이 펄럭이는 것으로 받아 들인다든가,바다 종달새들이 날으는 모습을 은방울 날리는것으로 나타내는등 외적사물을 자기나름의 유니크한 방식으로 수용하고 있는 데 이러한 감각적 전이는 그것을 표현하는 참신한 감각으로하여 더욱 높은것으로 상승된다. 그러나 지용의 시에 이러한 날카로운 감각과 이국정조만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다.지용의 일련의 시에는 소박한 향토정조가 세계를 기반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시에서는 오빠, 혹은 누나 ,아내에대한 애착이 바탕이 된 가족사적세계와 자연에대한 친화감이 드러나 있다. 이들 시편들에서 나타나는 정서는 한마디로 향토적 정서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향토적정서는 말할 것도 없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연결된다. 지용에 있어서는 정신적 생의 근거로서 고향의 의미가 일층 중요한 것이며, 이것은 뒤에 쓰여지는 종교시의 발생적 맥락을 설명 해주는 것이라하겠다. <향수> 에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으로 차마 꿈엔들 잊히지않는 추억속의 고향이 현실화될때 실제로 찾아간 고향은 그가 그리던 고향은 아니었다."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이기에 돌아 온 고향에는 다만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다고 시인은 긴 탄식을 발하는 것이다. 이국적 정조에도 고향의 풍광에도 안주하지 못하는 그는 카톨릭이라는 종교의세계에 귀의 하게 되고 종교적 색채가 농후한 시들을 제작 하게 된다. 정지용의 카톨릭 귀의는 불사조 처럼 그에게 붙어다니는 인간적 비애에 대한 깊은 인식과 비애에서 벗어나고자하는 기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얼굴이 바로 푸른 하늘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라고 <나무>에서 지용은 비장한 어조로 미천한 현실과 초월적 세계를 대비하면서 그 사이에 서 있는 종교인의 자세를 노래하고 있다. 이 종교 시편들은 날카로운 감각에 의한 동적인 세계의 형상화대신에 정적인 시적공간속에서 구원의 문제에 집착하게된다. 그의 시세계는 크게 세 단계의 변모 과정을 거친다. 1925년경부터 1933년경까지의 감각적인 이미지즘의 시, 1933 '불사조' 이후 1935년경까지의 카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적인 시, 그리고 '옥류동', '구성동' 이후 1941년에 이르는 동양적인 정신의 시 등이 그것이다. 종교적인 시가 초기의 감각적인 시와 후기의 고전적인 시들의 교량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종교시는 1934 '다른 하늘', '또 하나의 다른 태양' 이후 자취를 감추며, 4년 여의 침묵 뒤에 '옥류동', '', '구성동' 등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정신으로 극복하려는 정신주의에 도달하게 된다. 정지용은 서구적인 이지즘이나 모더니즘을 넘어서서 우리의 오랜 시적 전통에 근거한 산수시의 세계를 독자적인 현대어로 개진함으로써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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