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에 쓴 '소년'을 보면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자취를 가을의 강물에서 찾는 다고 했다. '자화상' 또한 그 해의 작품인데, 우물에 비친 모습을 그리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을 나타냈다. 그러다가 1941년 6월에 '돌아와 보는 밤'에서 자기 방에 돌아가 불을 끄고 '하로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사상이 익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 것을 계기로, 감미로운 서 정에 대한 소년기의 애착을 버리고 책임있는 삶의 정당한 행동을 위한 각성을 했다. 1941년 9월에 쓴 '또 다른 고향'은 그 진통을 잘 나타냈다. 고향에 돌아간 다는 것은 그 때까지 많은 시인이 가장 흐뭇한 위안이라고 미화했는데, 자기 상 실에서 벗어나자는 내심에서의 투쟁을 거기다 빗대서 나타냈다. 안이하게 살아 가는 자아가 고향에 안주하고 마는 태도는 백골이 풍화 작용당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넓게 열린 세계의 소리를 듣고, 울분을 넘어서서 역사와 대면하는 진정 한 자아가 일상성을 거부한 또 다른 고향을 찾는다고 해서 민족 해방 투쟁을 위 한 각성이 길을 열었다. 이렇게 자아 쇄신을 하고서, 1941년 11월에 마침내 시 집 앞에 둘 '서시'로 양심 선언을 엄숙하게 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은 엄청난 말이다. 성현들이 고래로 이르고 자 했다는 경지를 시인이 탐냈다. 그러나 자기를 높여서 그렇게 되자는 것은 아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는 여린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 을 사랑' 하는 시인이 되겠다고 다짐했을 따름이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말로 서시가 끝났다. 거기 요약되어 있는 별의 의미를 길게 펼쳐 보인 작품이 1941년 11월에 쓴 '별 헤는 밤'이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은 희망이고 이상이고 꿈이다. 별을 헤면서 모든 소망을 헤아리고, 그리운 사람마다 생각해 낸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멀리 북간도(北間道)에 계십니다.'라고 해서 이상과 현실이 어긋난 시대 의 시련을 말했다. 부끄러운 이름을 흙으로 덮어 묻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자기도 소생하리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1942년 6월에 일본에 가서 쓴 '쉽게 씌여 진 시(詩)'에서는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도 자기는 무기력하게 지내며 시를 쉽게 쓰는 것이 부끄럽다 하고,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를 가슴 설레게 자각했다. 그러나 이런 시에도 여린 마음, 머뭇거리는 거동이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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