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가(론)들

윤동주

자크라캉 2008. 6. 18. 10:00

윤동주


1939
년에 쓴 '소년'을 보면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자취를 가을의 강물에서 찾는 다고 했다. '자화상' 또한 그 해의 작품인데, 우물에 비친 모습을 그리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과 그리움을 나타냈다. 그러다가 1941 6월에 '돌아와 보는 밤'에서 자기 방에 돌아가 불을 끄고 '하로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사상이 익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 것을 계기로, 감미로운 서 정에 대한 소년기의 애착을 버리고 책임있는 삶의 정당한 행동을 위한 각성을 했다. 1941 9월에 쓴 '또 다른 고향'은 그 진통을 잘 나타냈다. 고향에 돌아간 다는 것은 그 때까지 많은 시인이 가장 흐뭇한 위안이라고 미화했는데, 자기 상 실에서 벗어나자는 내심에서의 투쟁을 거기다 빗대서 나타냈다. 안이하게 살아 가는 자아가 고향에 안주하고 마는 태도는 백골이 풍화 작용당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넓게 열린 세계의 소리를 듣고, 울분을 넘어서서 역사와 대면하는 진정 한 자아가 일상성을 거부한 또 다른 고향을 찾는다고 해서 민족 해방 투쟁을 위 한 각성이 길을 열었다. 이렇게 자아 쇄신을 하고서, 1941 11월에 마침내 시 집 앞에 둘 '서시'로 양심 선언을 엄숙하게 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은 엄청난 말이다. 성현들이 고래로 이르고 자 했다는 경지를 시인이 탐냈다. 그러나 자기를 높여서 그렇게 되자는 것은 아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는 여린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 을 사랑' 하는 시인이 되겠다고 다짐했을 따름이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말로 서시가 끝났다. 거기 요약되어 있는 별의 의미를 길게 펼쳐 보인 작품이 1941 11월에 쓴 '별 헤는 밤'이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은 희망이고 이상이고 꿈이다. 별을 헤면서 모든 소망을 헤아리고, 그리운 사람마다 생각해 낸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어머니가 '멀리 북간도(北間道)에 계십니다.'라고 해서 이상과 현실이 어긋난 시대 의 시련을 말했다. 부끄러운 이름을 흙으로 덮어 묻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자기도 소생하리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1942 6월에 일본에 가서 쓴 '쉽게 씌여 진 시()'에서는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하나, , 죄다 잃어버리고'도 자기는 무기력하게 지내며 시를 쉽게 쓰는 것이 부끄럽다 하고,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를 가슴 설레게 자각했다. 그러나 이런 시에도 여린 마음, 머뭇거리는 거동이 나타나 있다. 윤동주심훈처럼 적극성을 띠지 못하고, 이육사와 같은 지사가 아니었다. 자기 체질에 맞는 시를 조심스럽게 쓰기만 했으며, 검열을 거쳐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모색하지도 않았다. 지하 활동에 가담해 문학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언제든지 수색당하고 입건될 수 있어 말썽을 줄이는 표현을 해야 했다. 그러기에 어느 모로 보거나 항일시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이룩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일체의 타협을 거부하고 진실과 양심을 지키려고 한, 그 약하면서도 강한 자세가 깊은 공감을 준다. 일제에 아부하던 문인의 무리가 민족의 존엄성을 마구 훼손하던 이면에 윤동주의 시가 있어 그 시기를 문학사의 암흑기라고만 규정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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