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고독의 形式 / 김 륭

자크라캉 2008. 4. 20. 13:12

 

 

사진<마음이 따스한 의성영진06>님의 카페에서

독의 形式  / 김 륭

 

 

미아삼거리 허름한 여관 세면대에서 양말을 빨았죠

 

팬티도 아니고 양말을 빠는데 거참, 물이 사람을 물고기로 봤는지

구중꾸중 꾸짖는 소리, 목 늘어난 넌닝구처럼 마구 쥐어짜는

물소리 한번 참 몰상식하데요

 


집나간 마누라행세를  하데요  발톱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당신

또한 구멍난 양말을 신고 다닌 바람이었는지  모르죠 입을 틀어막기

엔 걸레보다 양말이 낫다며 덜덜 목이 부러져라 얼굴을 돌리는 선풍

기, 뒤돌아보면 늘 목이 탔던 길이어서 킁킁 양말  속으로 코를 들이

밀었겠지만 몸이 화끈  달아오르데요  콧구멍에서  생선가시로 변한

나무 몇 그루와 구름이 조금 흘러나왔지만  나비넥타이를 매고 살기

엔 머리가 너무 무거워졌더군요  발가락이  숨을 할딱거리데요 어항

속을 뛰쳐나온 금붕어처럼 울긋불긋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렸지요

내가, 내 몸을 벗어나기엔 사각 침대가

너무 깊더군요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07,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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