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시인처럼>님의 블로그에서
[2008년 문예지게재우수작품 1차(4/4분기) 시 부문 선정작]
새의 얼굴 / 이민하
날개를 저을 때와 날개를 접을 때
새는 어떤 표정일까
날개는 새를 소유한다
타이머가 날개를 소유하듯이
누구나 태어난 채로
오늘은 나의 생일이 아니다
축하해 다오
문 앞에 사탕처럼 들러붙는 꽃들 말고
죽은 새도 괜찮다
선물을 다오
열두 살 때 처음 내 방에 날아든
새 한 마리가 다음 날 화단에 묻혔다
그 애의 싸늘한 얼굴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 후로는 종종 놀래키듯
크고 작은 새들이 들어와
방에서 실려 나가는 일이 늘었고
그때마다 새를 대하는 기술이 늘었지만
나는 여전히 새를 수리하지 못한다
새는 얼굴을 숨기려고 부리를 키운다
비행기처럼 자란 부리를 피해
엄마는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었다
나는 어떤 이들의 부리공포증을 이해한다
나의 지렁이공포증처럼
환각이 절벽으로 떠미는 순간도 있는 것이다
비 오는 날
산책을 시도하지만 기차처럼 달려오는 지렁이의
꼭꼭 숨겨진 얼굴처럼
날아가는 새의 얼굴은 날개 속에 묻혀 있다
날개는 눈빛을 거래하지 않는다
나는 화단에 엄마도 묻었다
화단은 무덤을 숨기려고 꽃들을 키운다
손톱으로 흙을 파며 내가 기르는 건
묻혀진 날개가 아니라
새의 얼굴
나는 화단에 나를 묻었던 걸 이해한다
부리에 삼켜진 엄마처럼
지렁이에 삼켜진 사랑처럼
-《세계의문학》 2007년 겨울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