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당선작

[2003년 조선일보 시부문 당선작]옥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 / 천수

자크라캉 2008. 3. 18. 10:44

 

 

 

사진<똘배의 산정무한>님의 블로그에서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편에서 미꾸라지 추(鰍)자 찾기 / 천수호

 

도랑을 훑어보면 있다

어떤 놈이 살고 있는지

흙탕물로 곤두박질치는

꼬리를 기억하며 網을 갖다댄다

다리를 휘이휘이 감아오는

물풀 같은 글자들

송사리 , 잉어 , 쏘가리

발끝으로 조근조근 밟아 내리면

잘못 걸려드는

올챙이 거머리 작은 돌멩이들

어차피 속뜻 모르는 찾는 일이다

도랑 술렁인 건져 올린

비린내 묻은 () 가랑잎처럼 떨구고

비슷한 꼬리의 (송사리), (잉어), (쏘가리)추만

자꾸 잡아 올린다.

 

(송사리추, 잉어추, 쏘가리추는 원래 한문 글자로 표기해야 하나 컴퓨터 한자의 제한으로 한글로 대치함)

 

[감상]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심사위원의 안목이다. 다소 위험 부담이 가는 엉뚱한 상상력도 숨겨진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옥편에서 미꾸라지 () 찾다보니 비슷한 송사리 잉어 쏘가리 추만 자꾸 눈에 잡힌다. 다리를 휘이휘이 감아오는 물풀 같은 글자들 사이로 올챙이 거머리 작은 돌멩이들까지 걸려 올라온다. 옥편은 모를 글자들이 모여 사는 도랑이다. 얼마나 즐거운 상상인가? 바지를 걷어붙이고 함께 도랑으로 들어가 미꾸라지를 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