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 절 덕봉입니다>님의 블로그에서
[`05.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작]
봄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4년 ( 25세 )]
쉿, 부처님 주무시는 중이세요
햇살이 부처님의 이마에 키스하고파
법당 안을 기웃대는 봄날이었지요
졸립지요 부처님? 그래도 봄인데
나들이는 못 갈망정 마당 가득 피어난 꽃나무 좀 보세요
산사나무 조팝나무 매자나무 꽃들이 치마를 올리고
벌써 바람을 올라탈 준비를 하는 걸요
꽃가루 가득 실은 바람과 공중에서 한 바탕 구르다
주워 입지 못하고, 흘린 치마들이 노랗게 땅을 수놓는 걸요
화나셨어요 부처님? 왜 오롯이 눈은 내리깔고 침묵하셔요
이 봄에 관계하지 못한 生이란 울기만 하는걸요
보세요, 대웅전 계단 옆 고개 숙인 한 그루의 불두화를
향기 많은 꽃에 벌과 나비가 꼬여 열매를 맺는 모습은
수도승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여 성불코자 심었다는 불두화가
관계를 나누다 쓰러진 것들을 보며, 눈물을 찍어내고 있어요
천년이 넘게 한 세상 굽어만 보시는 부처님
오늘처럼 법당에 둘이만 있는 날에는
당신 한번 넘어뜨리고 싶은 마음 아시는지,
헛. 헛 기침하시네요 토라져 눈감으시네요
긴 손 뻗어 몇 날 며칠 불두화의 눈 감겨 주시니
아, 그제야 봄 저무네요 절름발로 지나가네요
[시 심사평]
개성과 능청의 시편들
‘봄날의 부처님’이 수상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고즈넉한 절간 속에서 춘정을 불러와 부처님까지 노곤한 봄의 색정 속으로 밀어 넣는 능청이 선자의 입가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했기 때문이다. 돌연한 이 파격은 풍경을 압도하는 상상력의 힘일 것이다.
본심 : 김명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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