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당선작

[2005년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작]봄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자크라캉 2008. 3. 18. 10:28

 

                                        사진<우리 절 덕봉입니다>님의 블로그에서

 

[`05. 진주신문 가을문예 당선작]

 

날의 부처님 / 김애리나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4년 ( 25세 )]

 

 

 쉿, 부처님 주무시는 중이세요

 햇살이 부처님의 이마에 키스하고파

 법당 안을 기웃대는 봄날이었지요

 

 졸립지요 부처님? 그래도 봄인데

 나들이는 갈망정 마당 가득 피어난 꽃나무 보세요

 산사나무 조팝나무 매자나무 꽃들이 치마를 올리고

 벌써 바람을 올라탈 준비를 하는 걸요

 꽃가루 가득 실은 바람과 공중에서 바탕 구르다

 주워 입지 못하고, 흘린 치마들이 노랗게 땅을 수놓는 걸요

 화나셨어요 부처님? 오롯이 눈은 내리깔고 침묵하셔요

 이 봄에 관계하지 못한 生이란 울기만 하는걸요

 보세요, 대웅전 계단 고개 숙인 그루의 불두화를

 향기 많은 꽃에 벌과 나비가 꼬여 열매를 맺는 모습은

 수도승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여 성불코자 심었다는 불두화가

 관계를 나누다 쓰러진 것들을 보며, 눈물을 찍어내고 있어요

 

 천년이 넘게 세상 굽어만 보시는 부처님

 오늘처럼 법당에 둘이만 있는 날에는

 당신 한번 넘어뜨리고 싶은 마음 아시는지,

 헛. 기침하시네요 토라져 눈감으시네요

  뻗어 며칠 불두화의 감겨 주시니

 아, 그제야 저무네요 절름발로 지나가네요

 

[시 심사평]

 

개성과 능청의 시편들


‘봄날의 부처님’이 수상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고즈넉한 절간 속에서 춘정을 불러와 부처님까지 노곤한 봄의 색정 속으로 밀어 넣는 능청이 선자의 입가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했기 때문이다. 돌연한 이 파격은 풍경을 압도하는 상상력의 힘일 것이다.

 

본심 : 김명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