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혼의 집, 세한도를 엿보다 / 정수자

자크라캉 2007. 12. 22. 12:16

 

                                사진<꽃과 시의 만남>님의 플래닛에서

 

의 집, 세한도를 엿보다 / 정수자

 

한라의 흰 눈썹이 꿈틀 용을 쓰면

 

태산쯤 황하쯤은 원당(院堂)에 둔다는 듯

 

기꺼은 조선의 붓들 그 문전에 졸하다

 

한 채 선을 앉히면 난바다가 이끌리고

 

한 채 점을 얹으면 산이 와 엎드리고

 

팔 아래 거느린 세상 萬畵이 一畵이니*

 

인적없는 적소에 적(笛)이 스치 듯한

 

갈피 그 자취마다 만상이 서성일 때

 

세한이깊고 깊어서 사위가 죄다 먹이다

 

하여 다시 온 바람을 붓 끝에 부리느니

 

비우고 비운 위에 혼의 집을 짓느니

 

일획이 만획을 품고 한 세계가 졸(拙)하다

 

 

*石壽畵論 「一畵者, 衆有之本, 萬象之根」에서

 

2007년 <현대시학> 12월호

 

萬畵 --> 萬劃 / 一畵 --> 一劃 으로 오타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