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전과 육혈포>님의 카페에서
이것은 시가 아니다 / 이승훈
한양대 교수로 직장을 옮긴 1980년대 초 밤이면 김일성
| ||||
이승훈 열다섯번째 시집…이것은 시가 아니다
“나는 시가 싫어서 시를 쓴다. 쓸 것이 없는 시, 시 되기를 거부하는 시.”
우리 시대, 독보적인 모더니스트인 이승훈 시인(사진·65·한양대 국문과 교수)이 열다섯번째 시집 ‘이것은 시가 아니다’(세계사)를 펴내며 들려준 시론이다. 다소 알쏭달쏭한 이 말에는 시의 본질이 없는 바에야 시인이 시에 갇히기보다는 차라리 시를 해방시키자는 숨은 의미가 새겨져 있다. 어떻게 해야 시도 시인도 함께 해방될 수 있을 것인가. 가령 이런 시. “김춘수 선생님 전화야요 난 아내가 준 전화를 받는다 (중략) 이상해 돌아가신 선생님이 어떻게 전화를 했을까? 아마도 누군가 김춘수 선생님이라고 속였을 거야요 아내의 말이다 아니야 선생님 목소리가 맞아 도대체 알 수가 없군 돌아가신 선생님이 전화를 하다니! 난 오늘도 꿈을 꾼다.”(‘바람 부는 날’ 일부) 그는 꿈에서 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꿈에는 어떤 논리도 필요치 않다. 거리도 시간도 상황도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줄어든다. 삶과 죽음의 경계도 지워지고 없다.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꾼 꿈이었기에 내가 꿈을 꾼 주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나는 꿈에 의해 꿈을 꾼 ‘모르는 주체’와 만날 뿐으로, 그 ‘모르는 주체’가 가끔 현실에 구멍을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순수도 서정도 폭력이다 (중략) 서정시가 끝난 시대에 서정을 주장하는 건 불순하고 순진하고 천진하고 시가 갈 길은 무수히 많다 갈 데가 없으므로 많고 그러므로 갈 곳이 없고 지금 책상에 날아와 앉는 파리처럼 갈 곳이 없고”(‘서정시’ 일부) 그는 삶을 초월하는 어디 머언 곳에 이슬처럼 순수한 진리가 있다고 믿는 시인들을 위선자로 치부하며 이렇게 강변한다. “시 따로 놀고 인생 따로 노는 위선자들은 순수도 서정도 폭력이라는 것을 모르고 이 시대 우리 시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모른다. 하기야 이런 인간이 어디 시인들 뿐이랴? 시인들 가운데 가짜도 많고 물론 나도 가짜지만 나는 최소한 내가 가짜라는 건 안다.” <약력> 강원 춘천 출생 . 2007년 <김삿갓문학상> 수상 . 2007년 <심현수 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