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시인

詩 / 이승훈

자크라캉 2007. 11. 29. 10:41

 

                                사진<개팔자6월그늘아래>님의 블로그에서

 

/ 이승훈

 

시인도 없고 시도 없고 언어도 없고

듣는 이도 없고 말할 것도 없고

그러므로

 

시인도 있고 시도 있고 언어도 있고

듣는 이도 있고 말할 것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가 있고 바람, 나무, 길, 조그만

돌멩이도 있습니다 모두가 있습니다

마침내

 

모두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있습니

다 모두가 없음 속에 있고 이 없음

속에 없음 속에

 

지렁이가 기어가고 거미가 울고

거문고 거문고 소리가 나고 난 방

랑성 거미인지 몰라요 그 동안

 

난 시를 쓴게 없기 때문에 시를

쓴 거요 시를 쓴 건 없는 시를 쓴

것이므로

 

시라고 이름 부르고 나도 없기 때

문에 나라고 이름 부르고 당신도

당신이라고 이름 부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시집 <인생> 2002, 민음사

 

 

 

 

<약력>

 강원 춘천 출생
· 한양대 국문과 및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 196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현대문학상·한국시협상 수상
· 시집 『사물 A』『환상의 다리』『당신의 초상』『사물들』
『당신의 방』『너라는 환상』『길은 없어도 행복하다』
『밤이면 삐노가 그립다』『밝은 방』등
· 시론집『시론』『모더니즘 시론』『포스트모더니즘 시론』
『한국현대시론사』『한국 현대시 새롭게 읽기』등
· 편저 『문학상징사전』등
· 현재 한양대 국문과 교수

¤  2004. 2.
    <문학의 즐거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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