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인

시인 오봉록, 김수영의 시에 칼을 대다 / 오마이뉴스

자크라캉 2007. 9. 16. 00:03

인 오봉록, 김수영의 시에 칼을 대다 / 오마이뉴스

 

 

시인 오봉옥이 김수영의 시에 칼을 대었다. 김수영을 존경하고 그의 작품에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대시인의 작품에 대고 좋네 나쁘네, 이렇네 저렇네 감히 평가를 내리다니.

오봉옥은 김수영의 시를 놓고 "시의 밀도 측면, 번역투와 산문투의 측면, 다분히 논리적 구조를 갖춘 시의 구조적 측면"이 취약점이라거나, "문제작에 비해 감동적 작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모자라, "시에 일상어를 과감히 도입시켰는데, 시가 너무 난해하다"고까지 평한다.

▲ <김수영을 읽는다> 책표지
ⓒ 랜덤하우스중앙
그래서 오봉옥의 책 <김수영을 읽는다>(랜덤하우스중앙 펴냄)는 김수영 마니아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김수영을 읽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오히려 '김수영의 시를 해부한다'가 알맞는 표현 같다. 왜 그랬을까.

오봉옥은 그동안 김수영 연구에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 대부분 자신의 이론을 펼치기 위해 '시를 동원'하다보니 작품 중에 옥석을 가리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단다. 또 "너도나도 김수영을 다루다 보니 해설은 난무한데 평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마나 거론되는 작품도 40편 남짓이 고작이란다.

오봉옥은 대시인의 시를 제대로 분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시가 왜 좋은지, 다른 시는 왜 나쁜지 냉정히 따져보자는 생각이겠다. 그러려면, 우선 꼼꼼하고 성실한 시 읽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 시인을 올곧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식을 삼가야 한다"는 생각에 김수영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에 실린 시 66편을 도마에 올렸다.

오봉옥이 채택한 해설방식은 '일행일설'(一行一說)이다. 한 편 한 편 읽어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 행 한 행 빠뜨리지 않고 '해석'한다. 한 편에 적게는 서너 쪽에서, 많게는 열 쪽까지 설명을 달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김수영의 시보다는 바로 뒷장의 빽빽한 해설이 궁금해진다. 마치 고등학교 때 국어참고서의 모범 정답을 들추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 같다. 낱말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파고드니 오히려 김수영 시를 자유롭게 해석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김수영 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찬양일색인 평론보다는 괜찮은, 새로운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봉옥의 <김수영 읽기>를 살짝 들여다보자. 단, 오봉옥이 김수영의 시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으리라는 점을 감안하자.

'풀=고통받는 민중', '바람=억압하는 세력' 해석은 "단선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로 시작하는 1957년작 '폭포'는 수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오봉옥의 평가는 냉정하다. "김수영 자신조차 대표작으로 운운하고 있으"나 "이 시는 다소간 설명적 진술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가 유영해 들어갈 공간을 차단해버리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구슬픈 육체'를 읽고서는 "너무 느슨하고, 개념적으로 풀어쓴 시라는 점에서, 감동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병풍'은 "일상어를 과감히 도입시켰으면 시가 쉬워야 하는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단다.

4·19 직후에 쓰여진 '육법전서와 혁명'이라는 시에 대해서는 "이 시를 보면 김수영이 얼마나 관념적 급진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며 "화자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를 쳐다보는 듯하다는 점"과 "민중을 대상으로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꼽는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평가만 있을 수는 없는 법. 현대시의 거장 김수영, 그의 명작들을 향한 찬사도 적지 않다.

오봉옥은 '하……그림자가 없다'를 "김수영의 시세계가 사회적 대사건으로 인해 변모의 양상을 띠어가는 분수령에 놓인 작품"으로 본다. 또 "김수영의 고뇌가 읽혀지는 시"라고 말하는 '여름 아침'에 대해선 "비평가들이 왜 주목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라고 반문한다.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라는 대목으로 유명한 '눈'은 "시인의 비판주의 정신, 각성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시"로 "반복과 반복에 의한 변주가 사슬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어 한 편의 '노래시'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다. '사랑'은 "역사적 인식 속에서의 그 어떤 깨달음"이 느껴져서, '누이야 장하고나!'는 형상이 살아있고, 요설이 넘쳐나지 않아서 좋은 작품으로 꼽고 있다.

김수영을 상징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내릴까. 오봉옥은 기존의 다양한 연구와 해석을 소개하면서, '풀=고통받는 민중', '바람=억압하는 세력'이라는 "단선적 시각"에는 의문을 표시한다.

"이 시는 각운 'ㄴ다'의 효과를 살려내어 '풀'이 무시무종의 존재이면서 자율성을 획득하여 하나의 의미있는 존재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풀'의 상징과 이미지를 어떻게 보든 이 시는 풀이라는 가시적 존재만을 노래한 게 아니고 풀뿌리라는 불가시적 존재까지 노래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까지를 김수영은 '온몸'으로 본 것이지요. 김수영의 '풀'을 고통받는 민중의 이미지로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단선적 시각입니다."

김수영의 가치는 '진정성' '자기성찰'에 있다

오봉옥의 김수영 평가는 다른 비평가들의 평가보다 대체로 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찬찬히 읽다보면 김수영에 대한 애정 없이 이런 평가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오봉옥은 김수영 시의 장점을 '치열함'과 '새로움'으로 본다. 즉 "현실의 끈을 단 한 번도 놓지 않는 치열성"이 있고,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양면의 세례를 받은" 덕분에 발상과 어법의 새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수영의 가치를 '진정성'과 '자기성찰'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자신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사물을 제대로 보려고 하고 늘 고민한 시인이 김수영이다. 그런 점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전향기',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푸른 하늘을' 같은 시에 후한 평가를 내린다.

오봉옥은 김수영의 문학정신에 비추어 우리 문학의 현실에 대한 진단도 덧붙인다.

"해마다 '좋은 시'라는 이름으로 몇 권의 책이 나오는데요, 잘 만든 시만 넘쳐나지 시대에 대한 고민, 자아에 대한 직시 같은 걸 보여주는 시는 별로 없습니다. 진정성이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 이 또한 고민이 별로 없는 사람들, 사유의 깊이라고 해봐야 얕은 물에서 그저 첨벙첨벙하는 사람들뿐이지요. 그에 비하면 김수영은 참 대단한 시인인 듯 싶어요. 자기 분열의 양상을 그대로 드러낼 줄 알고, 그 전달이 또 자기 자신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방식이거든요."

오봉옥의 말마따나 우리가 김수영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시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반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빛나는 시대 감각과 성찰의 정신은 오봉옥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김수영의 매력이다.

 

 

시인 오봉옥이 김수영의 시에 칼을 대었다. 김수영을 존경하고 그의 작품에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대시인의 작품에 대고 좋네 나쁘네, 이렇네 저렇네 감히 평가를 내리다니.

오봉옥은 김수영의 시를 놓고 "시의 밀도 측면, 번역투와 산문투의 측면, 다분히 논리적 구조를 갖춘 시의 구조적 측면"이 취약점이라거나, "문제작에 비해 감동적 작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모자라, "시에 일상어를 과감히 도입시켰는데, 시가 너무 난해하다"고까지 평한다.

▲ <김수영을 읽는다> 책표지
ⓒ 랜덤하우스중앙
그래서 오봉옥의 책 <김수영을 읽는다>(랜덤하우스중앙 펴냄)는 김수영 마니아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김수영을 읽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오히려 '김수영의 시를 해부한다'가 알맞는 표현 같다. 왜 그랬을까.

오봉옥은 그동안 김수영 연구에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 대부분 자신의 이론을 펼치기 위해 '시를 동원'하다보니 작품 중에 옥석을 가리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단다. 또 "너도나도 김수영을 다루다 보니 해설은 난무한데 평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마나 거론되는 작품도 40편 남짓이 고작이란다.

오봉옥은 대시인의 시를 제대로 분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시가 왜 좋은지, 다른 시는 왜 나쁜지 냉정히 따져보자는 생각이겠다. 그러려면, 우선 꼼꼼하고 성실한 시 읽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 시인을 올곧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식을 삼가야 한다"는 생각에 김수영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에 실린 시 66편을 도마에 올렸다.

오봉옥이 채택한 해설방식은 '일행일설'(一行一說)이다. 한 편 한 편 읽어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 행 한 행 빠뜨리지 않고 '해석'한다. 한 편에 적게는 서너 쪽에서, 많게는 열 쪽까지 설명을 달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김수영의 시보다는 바로 뒷장의 빽빽한 해설이 궁금해진다. 마치 고등학교 때 국어참고서의 모범 정답을 들추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 같다. 낱말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파고드니 오히려 김수영 시를 자유롭게 해석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김수영 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찬양일색인 평론보다는 괜찮은, 새로운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봉옥의 <김수영 읽기>를 살짝 들여다보자. 단, 오봉옥이 김수영의 시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으리라는 점을 감안하자.

'풀=고통받는 민중', '바람=억압하는 세력' 해석은 "단선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로 시작하는 1957년작 '폭포'는 수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오봉옥의 평가는 냉정하다. "김수영 자신조차 대표작으로 운운하고 있으"나 "이 시는 다소간 설명적 진술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가 유영해 들어갈 공간을 차단해버리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구슬픈 육체'를 읽고서는 "너무 느슨하고, 개념적으로 풀어쓴 시라는 점에서, 감동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병풍'은 "일상어를 과감히 도입시켰으면 시가 쉬워야 하는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단다.

4·19 직후에 쓰여진 '육법전서와 혁명'이라는 시에 대해서는 "이 시를 보면 김수영이 얼마나 관념적 급진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며 "화자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를 쳐다보는 듯하다는 점"과 "민중을 대상으로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꼽는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평가만 있을 수는 없는 법. 현대시의 거장 김수영, 그의 명작들을 향한 찬사도 적지 않다.

오봉옥은 '하……그림자가 없다'를 "김수영의 시세계가 사회적 대사건으로 인해 변모의 양상을 띠어가는 분수령에 놓인 작품"으로 본다. 또 "김수영의 고뇌가 읽혀지는 시"라고 말하는 '여름 아침'에 대해선 "비평가들이 왜 주목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라고 반문한다.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라는 대목으로 유명한 '눈'은 "시인의 비판주의 정신, 각성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시"로 "반복과 반복에 의한 변주가 사슬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어 한 편의 '노래시'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다. '사랑'은 "역사적 인식 속에서의 그 어떤 깨달음"이 느껴져서, '누이야 장하고나!'는 형상이 살아있고, 요설이 넘쳐나지 않아서 좋은 작품으로 꼽고 있다.

김수영을 상징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내릴까. 오봉옥은 기존의 다양한 연구와 해석을 소개하면서, '풀=고통받는 민중', '바람=억압하는 세력'이라는 "단선적 시각"에는 의문을 표시한다.

"이 시는 각운 'ㄴ다'의 효과를 살려내어 '풀'이 무시무종의 존재이면서 자율성을 획득하여 하나의 의미있는 존재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풀'의 상징과 이미지를 어떻게 보든 이 시는 풀이라는 가시적 존재만을 노래한 게 아니고 풀뿌리라는 불가시적 존재까지 노래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까지를 김수영은 '온몸'으로 본 것이지요. 김수영의 '풀'을 고통받는 민중의 이미지로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단선적 시각입니다."

김수영의 가치는 '진정성' '자기성찰'에 있다

오봉옥의 김수영 평가는 다른 비평가들의 평가보다 대체로 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찬찬히 읽다보면 김수영에 대한 애정 없이 이런 평가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오봉옥은 김수영 시의 장점을 '치열함'과 '새로움'으로 본다. 즉 "현실의 끈을 단 한 번도 놓지 않는 치열성"이 있고,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양면의 세례를 받은" 덕분에 발상과 어법의 새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수영의 가치를 '진정성'과 '자기성찰'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자신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사물을 제대로 보려고 하고 늘 고민한 시인이 김수영이다. 그런 점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전향기',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푸른 하늘을' 같은 시에 후한 평가를 내린다.

오봉옥은 김수영의 문학정신에 비추어 우리 문학의 현실에 대한 진단도 덧붙인다.

"해마다 '좋은 시'라는 이름으로 몇 권의 책이 나오는데요, 잘 만든 시만 넘쳐나지 시대에 대한 고민, 자아에 대한 직시 같은 걸 보여주는 시는 별로 없습니다. 진정성이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 이 또한 고민이 별로 없는 사람들, 사유의 깊이라고 해봐야 얕은 물에서 그저 첨벙첨벙하는 사람들뿐이지요. 그에 비하면 김수영은 참 대단한 시인인 듯 싶어요. 자기 분열의 양상을 그대로 드러낼 줄 알고, 그 전달이 또 자기 자신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방식이거든요."

오봉옥의 말마따나 우리가 김수영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시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반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빛나는 시대 감각과 성찰의 정신은 오봉옥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김수영의 매력이다.

 

 

시인 오봉옥이 김수영의 시에 칼을 대었다. 김수영을 존경하고 그의 작품에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대시인의 작품에 대고 좋네 나쁘네, 이렇네 저렇네 감히 평가를 내리다니.

오봉옥은 김수영의 시를 놓고 "시의 밀도 측면, 번역투와 산문투의 측면, 다분히 논리적 구조를 갖춘 시의 구조적 측면"이 취약점이라거나, "문제작에 비해 감동적 작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모자라, "시에 일상어를 과감히 도입시켰는데, 시가 너무 난해하다"고까지 평한다.

▲ <김수영을 읽는다> 책표지
ⓒ 랜덤하우스중앙
그래서 오봉옥의 책 <김수영을 읽는다>(랜덤하우스중앙 펴냄)는 김수영 마니아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김수영을 읽는다'는 차원을 넘어서 오히려 '김수영의 시를 해부한다'가 알맞는 표현 같다. 왜 그랬을까.

오봉옥은 그동안 김수영 연구에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 대부분 자신의 이론을 펼치기 위해 '시를 동원'하다보니 작품 중에 옥석을 가리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단다. 또 "너도나도 김수영을 다루다 보니 해설은 난무한데 평가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마나 거론되는 작품도 40편 남짓이 고작이란다.

오봉옥은 대시인의 시를 제대로 분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시가 왜 좋은지, 다른 시는 왜 나쁜지 냉정히 따져보자는 생각이겠다. 그러려면, 우선 꼼꼼하고 성실한 시 읽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 시인을 올곧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편식을 삼가야 한다"는 생각에 김수영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에 실린 시 66편을 도마에 올렸다.

오봉옥이 채택한 해설방식은 '일행일설'(一行一說)이다. 한 편 한 편 읽어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 행 한 행 빠뜨리지 않고 '해석'한다. 한 편에 적게는 서너 쪽에서, 많게는 열 쪽까지 설명을 달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김수영의 시보다는 바로 뒷장의 빽빽한 해설이 궁금해진다. 마치 고등학교 때 국어참고서의 모범 정답을 들추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 같다. 낱말 하나하나까지 자세하게 파고드니 오히려 김수영 시를 자유롭게 해석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김수영 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그저 찬양일색인 평론보다는 괜찮은, 새로운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오봉옥의 <김수영 읽기>를 살짝 들여다보자. 단, 오봉옥이 김수영의 시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으리라는 점을 감안하자.

'풀=고통받는 민중', '바람=억압하는 세력' 해석은 "단선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로 시작하는 1957년작 '폭포'는 수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오봉옥의 평가는 냉정하다. "김수영 자신조차 대표작으로 운운하고 있으"나 "이 시는 다소간 설명적 진술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가 유영해 들어갈 공간을 차단해버리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구슬픈 육체'를 읽고서는 "너무 느슨하고, 개념적으로 풀어쓴 시라는 점에서, 감동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병풍'은 "일상어를 과감히 도입시켰으면 시가 쉬워야 하는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단다.

4·19 직후에 쓰여진 '육법전서와 혁명'이라는 시에 대해서는 "이 시를 보면 김수영이 얼마나 관념적 급진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며 "화자의 시선이 위에서 아래를 쳐다보는 듯하다는 점"과 "민중을 대상으로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으로 꼽는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평가만 있을 수는 없는 법. 현대시의 거장 김수영, 그의 명작들을 향한 찬사도 적지 않다.

오봉옥은 '하……그림자가 없다'를 "김수영의 시세계가 사회적 대사건으로 인해 변모의 양상을 띠어가는 분수령에 놓인 작품"으로 본다. 또 "김수영의 고뇌가 읽혀지는 시"라고 말하는 '여름 아침'에 대해선 "비평가들이 왜 주목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라고 반문한다.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라는 대목으로 유명한 '눈'은 "시인의 비판주의 정신, 각성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시"로 "반복과 반복에 의한 변주가 사슬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어 한 편의 '노래시'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다. '사랑'은 "역사적 인식 속에서의 그 어떤 깨달음"이 느껴져서, '누이야 장하고나!'는 형상이 살아있고, 요설이 넘쳐나지 않아서 좋은 작품으로 꼽고 있다.

김수영을 상징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내릴까. 오봉옥은 기존의 다양한 연구와 해석을 소개하면서, '풀=고통받는 민중', '바람=억압하는 세력'이라는 "단선적 시각"에는 의문을 표시한다.

"이 시는 각운 'ㄴ다'의 효과를 살려내어 '풀'이 무시무종의 존재이면서 자율성을 획득하여 하나의 의미있는 존재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풀'의 상징과 이미지를 어떻게 보든 이 시는 풀이라는 가시적 존재만을 노래한 게 아니고 풀뿌리라는 불가시적 존재까지 노래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까지를 김수영은 '온몸'으로 본 것이지요. 김수영의 '풀'을 고통받는 민중의 이미지로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단선적 시각입니다."

김수영의 가치는 '진정성' '자기성찰'에 있다

오봉옥의 김수영 평가는 다른 비평가들의 평가보다 대체로 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찬찬히 읽다보면 김수영에 대한 애정 없이 이런 평가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오봉옥은 김수영 시의 장점을 '치열함'과 '새로움'으로 본다. 즉 "현실의 끈을 단 한 번도 놓지 않는 치열성"이 있고,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양면의 세례를 받은" 덕분에 발상과 어법의 새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수영의 가치를 '진정성'과 '자기성찰'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자신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사물을 제대로 보려고 하고 늘 고민한 시인이 김수영이다. 그런 점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전향기',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푸른 하늘을' 같은 시에 후한 평가를 내린다.

오봉옥은 김수영의 문학정신에 비추어 우리 문학의 현실에 대한 진단도 덧붙인다.

"해마다 '좋은 시'라는 이름으로 몇 권의 책이 나오는데요, 잘 만든 시만 넘쳐나지 시대에 대한 고민, 자아에 대한 직시 같은 걸 보여주는 시는 별로 없습니다. 진정성이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 이 또한 고민이 별로 없는 사람들, 사유의 깊이라고 해봐야 얕은 물에서 그저 첨벙첨벙하는 사람들뿐이지요. 그에 비하면 김수영은 참 대단한 시인인 듯 싶어요. 자기 분열의 양상을 그대로 드러낼 줄 알고, 그 전달이 또 자기 자신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방식이거든요."

오봉옥의 말마따나 우리가 김수영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시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반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빛나는 시대 감각과 성찰의 정신은 오봉옥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김수영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