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시론

[서평] 시란 무엇인가, 유종호, 민음사

자크라캉 2007. 9. 14. 13:53
[서평] 란 무엇인가, 유종호, 민음사
 
 
글쓴이 : 박형진 번호 : 68조회수 : 42002.11.18 22:44
우연히 중앙광장에서의 눈맞음으로 인연이 되어 보게된 책이다. 나는 끊임없이 언어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특히 최동호 교수의 시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도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지도 시는 내게 미지의 세계이고 시의 맛이란 것을 잘 모르겠다.

그런 것들이 모두 나의 무지와 게으름에서 비롯되었다고 이 책은 통박한다. 결국 부지런히 읽고 생각하고 써보고 하는 것외에 방법이 없을 것이다.

시를 논하고 얘기하고 싶다.

아래는 서평임

시를 어렵다 하지마라 무지가 들통나면 어쩌나
시에 대해서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생각이 여럿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다음 둘을 들 수 있겠다. 하나는 시는 어렵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시는 실제 삶에 아무 쓸모 없는 사치이거나 감상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둘은 모두 다 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잘못된 생각이다. 비평가 유종호 선생의 [시란 무엇인가]는 그 무지가 무지임을 통렬히 폭로한다. 그 폭로에 의하면, 시가 어렵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대개 쉬운 동요나 동시조차도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며 실제로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폭로는 상당히 정곡을 찌르는 것인 듯하다. 야구 경기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도 경기의 규칙과 기술, 전술, 기록 등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인데 하물며 시에 있어서야! 시가 어렵다는 불평 밑에는 실제로 무지와 나태가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시를 잘 읽기 위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아주 적합한 책이다. 제목은 `시란 무엇인가'이지만 실제 내용은 `시를 어떻게 잘 읽을 수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산문적이고 관념적인 설명으로 대체될 수 없는, 말하자면 시의 육체라고 할까 하는 것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며 그것을 어떻게 체험할 수 있는가 하는 데에 저자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다. 그 시 읽기는 첫째, 즐거운 시 읽기이고 둘째, 주체적 시 읽기이다. 이 시 읽기의 밑에 깔려 있는 것은 일종의 고전주의적이고 인문주의적인 태도이다.

“말에 대한 엄밀성은 언어동물인 인간이 가꾸어야 할 첫번째 기율이다”, “언어에 대한 엄격성은 자연 앞에서의 경건함과 마찬가지로 인간 품성의 도야와도 연관된다”라는 저자의 생각이 시 읽기의 가치를 중시하는 데로 나아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는 언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이미 공자 시대에서부터 인간이 깨우치고 있던 것인데, 안타깝게도 오늘날은 시 읽기가 오히려 경시되고 심지어 경멸되기까지 한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천박한 실용주의의 탓이지만, 그 밑에 있는 것은 인간에 대한 불신 내지 포기인 듯하다. 저자는 시 읽기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간에 대한 근본적 신뢰와 옹호를 끊임없이 표명하고 있다. 이 책이 중고등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내용을 갖추고 이만큼 쉽게 씌어진 책은 흔치 않다. 저자의 말대로, 이 세상의 가치 있는 모든 것은 어려운 것인 만큼, 다소의 어려움과 씨름하는 것은 오히려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성민엽(서울대중문과교수) / 한겨레신문 / 200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