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의 세계

-송준영의『선시의 세계』간행 / 엄 창 섭 (시인 . 관동대 교수)

자크라캉 2007. 8. 29. 18:04

<서평> 
              선한 충격, 오! 놀라운지고
              -송준영의『선시의 세계』간행


                                                    엄 창 섭 (시인 . 관동대 교수)
                                  
   모름지기 책의 그늘이 넓고 깊어 피폐한 영혼을 정화시키어 감동의 회복과 미적주권을 확립시키고 내적 충만인 사유의 시간을 지닐 수 있는 인자 ���되는 것은 놀라움과 다행스러움에 해당된다. 이 같은 현상에서 모처럼 세인의 주목을 끌기에 족한  “현대 언어로 읽는 『선시의 세계』(푸른사상, 2006. 8)”가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도서인 현대시 전문계간지《시와세계》의 주간을 맡고 있는 송준영 시인이 참으로 오랜 각고의 노력과 투병 끝에 간행되었다.  ‘선의 기원은 한 송이 연꽃과 한번의 미소에서 탄생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꿈과 낭만을 준, 이 매혹적인 선화를 접해본 사람은 누구나 직감한다.’고 천명�����마침내 출간되어 세상의 빛을 받게 된 것은 함께 축하할 일이다.
  본 저서는 613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으로 묶어진 전문서적으로 이 계통의 당대 역저라 칭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다. 혹자에 따라 대중매체의 폭발시대, 문화상대주의, 또는 탈민족주의를 추구하는 시간대에 포스트모던 세대들은 사회정의와 민족, 그리고 역사라는 거대한 담론에 짓눌려 있기에 선시에 대한 논의는 문화 환경적으로 다소 부담을 주거나 치열한 물질주의에 떠밀려 경시될 수밖에 없는 문제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도서출판 푸른사상>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출간한  “현대 언어로 읽는『선시의 세계』”야말로 우리의 현대시문학사에 있어 그 공적의 크기와 깊이가 차별화되고 공인되어야 할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특히 저자가 프롤로그(선시에 관한 몇 가지 물음들)의 서술에서부터 ‘첫 번째(본래 한 물건도 없다�6���, 두 번째(점화시중의 미소)를 포함해서 스물아홉 번째(한국의 선과 선시) 항’, 그리고 에필로그(도적아 도적아)’에 이르기까지 <선문염송>의 제5칙 <염화미소>의 게송에서 인용된 “어쨌든-선은 미소 짓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나는 미소를 머금는다고 보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이 선화야말로 선의 핵심이며 선시를 있게 하는 당위가 아닌가...줄임...후대의 한 눈뜬 속인이 있어, 한 송이 연꽃과 한 사람의 미소를 한 수의 시로 들어 바치고 있다./ 보이는가  보이는가 보이는가.”는 선의 사상적 특질, 곧 선문의 종지에의 이해를 돕는 보기에 해당된다. 
  이처럼 그간 한시나 고시에 묻혀 그 본체를 드러내어 문학적으로 확고한 자리매김과 평가와 조명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선시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 그리고 아방가르드적 시각에서의 접근은 필자의 경우, ‘오! 놀라운지고’ 일상에서 불현듯 만나는 신선한 감동이기에 외경
H敬에 해당한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어찌되었건 이 같은 획기적인 정신작업은 우리 현대시의 틀 짜기와 시사적 변화·발전에 충격적인 경이감을 일깨워준 힘겨운 역주이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받는 것은 타당한 이치일 것이다. 저자 자신이 “선은 불교의 계 정 �혜 세 가지 배움 가운데, 정에 해당함으로 풀이하면서 선;을 인류의 정신 테두리로 틈입시켜 그의 후예들에 의해 정립시킨 실체를 원조, 석가로 확증”시켜 ‘선을 고요에 들어 자기의 본래 성품’으로 구명한 것은 오랜 날 제조사를 참문하고 서래밀지를 묻고 수법건당���한 결과물일 것이다. 저자인 송준영 시인이 그토록 오랜 시간 고뇌하며 방대하고도 섬세하게 현대시인의 예리한 감성과 지적 안목으로 재해석하여 털끝 하나 놓치지 아니하고 정치 �L하게 정리한 본문 내용도 내용이지만 부록 편에 수록된 ‘용어, 자가-선시, 참고문헌’의 정리 또한 개인의 작업량으로는 엄청난 공적이며 독자와 후학을 위한 실천궁행��봉���바로 학문적 보시K에 해당한다고도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 종사자로서 도의 길에 열중하고 있는 송준영 시인은 선에서 무자성��g을 도식화하여 선시적 수사법(A=?)으로 상용되게 한 점이나 혜능의 본래무일물�6����같은 시행을 화두_�c� ;�y 또는 ;_)특히 충직하고 성숙한 독자를 배려한 생산적 흔적으로 <선시에 의한 시대적 분류 체계>, <법계도의 체계>, <용어와 참고문헌>의 세세한 정리는 선시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애정과 관심의 몰두에서 빚어낸 정수로 후학을 위한 섬세한 행위로 수도자가 이루어낸 정신적 생산물로 본 저서는 앞으로도 완벽한 정본으로 이 계통에서 흔들림을 거부한 견고한 성채db처럼 그 위상을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것이다. 한편, 한국의 현대시단에 이 같은 능력의 소유자가 동도�습�길에 정진하며 호흡을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만의 당당함이며 자긍심의 일깨움일 것이다. 
  기실 우리네 소중한 삶에 있어 특정한 사람과의 만남은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듯이, 경북 영주 태생인 송준영 시인의 법명은 취현3� 당호는 월조
�%로 18세에 발심하여 선문에 든 이후, 동암, 탄허, 퇴옹(성철), 고송, 서옹 등 당대 불교계의 큰 어른들로부터 제조사를 참문하였으며 서옹 선사로부터 7년간 일곱 차례 서래밀지6 
렇�묻고 수법건당���한 수행의 행적은 깊은 이생의 인연의 끈이 닿아 이처럼 『선시의 세계』를 마침내 간행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결코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이미 자신의 시집으로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송준영 시인은 선시류;X��색채와 경향이 짙은 『눈 속에 핀 하늘 보았니』, 『습득』과  저서로 『반야심경강론』, 『표현방법으로 본 선시연구』, 그리고 근간에 선시를 이론적으로 체계화 한 『현대시의 이론과 실제』(공저)를 출간한 바는 있는 안목 높은 시인으로 정신적 기후를 따뜻하게 조성하려고 몰두하는 확실히 엄숙한 시인이다.
  특히 작금에 간행한 현대 언어로 읽는『선시의 세계』야말로 현대문학과 불교적 공간 대를 갈마들며 이 땅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론과 체험의 고뇌를 통해 빚어진 정신적 정수 ���� 모쪼록 충격을 안겨준 이 계통의 저서로는 시적 상상력이 동원되고 확장되어 빚어낸 환상적이고도 창조적인 생산물로 백미x��� 절창 �I이기에 필자가 서평에서 극찬을 하여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엄창섭/ 관동대 교수, 한국시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