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시인

무제(無題) / 이상

자크라캉 2007. 7. 2. 20:36
                                     사진<서예세상>님의 카페에서
 
제(無題) / 이상

 

내 마음의 크기는 한 개 권련 기러기만하다고 그렇게 보고,
처심은 숫제 성냥을 그어 궐련을 붙여서는
숫제 내게 자살을 권유하는도다.
내 마음은 과연 바지작 바지작 타들어가고 타는 대로 작아가고,
한 개 궐련 불이 손가락에 옮겨 붙으렬 적에
과연 나는 내 마음의 공동에 마지막 재가 떨어지는 부드러운 음향을 들었더니라.

처심은 재떨이를 버리듯이 대문 밖으로 나를 쫓고,
완전한 공허를 시험하듯이 한 마디 노크를 내 옷깃에 남기고
그리고 조인이 끝난 듯이 빗장을 미끄러뜨리는 소리
여러번 굽은 골목이 담장이 좌우 못보는 내 아픈 마음에 부딪혀
달은 밝은데
그때부터 가까운 길을 일부러 멀리 걷는 버릇을 배웠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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