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국여행동회>님의 카페에서
비단 짜는 밤 / 정상하
밤에 빗속을 걷는 것은
어룽지는 어둠의 날줄에 씨줄 넣기다
날줄의 생김새
도랑물 강물 바닷물의 길쭉길쭉한 씨앗
어둠 속에 눈 뜨고 있는 모든 이름들의 촘촘한 거처
씨줄의 성분
결이 거친 우울한 영혼의 올
존재의 추스를 수 없는 나약한 섬유질
가슴 속 서걱거리는 싸움소리 삿대질 삿대질
북실처럼 연속으로 들락거리는 자동차 붉은 불빛은
성근 씨줄 사이사이를 채우는 반짝이는 금속의 올들
금속의 올
씨줄이면서 매듭 없는 경쾌함
체온은 없으나 뜨거워 보임
번쩍번쩍 돋보이는 무심한 가로줄 무늬
어두운 비단의 광택을 돋움
직조 끝나고
수만 필 비단 위 풀벌레 소리
2003년 <현대시학>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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