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인들

유예된 시간(Die gestundete Zeit)/ 잉게보르크 바하만

자크라캉 2007. 3. 22. 16:44

 

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예된 시간 (Die gestundete Zeit)/  잉게보르크 바하만



보다 혹독한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판결의 파기로 유예된 시간이 지평선에 보이게 되리라.
이제 곧 그대는 구두끈을 조여 매고 개들을 늪지로 쫓아버려야 한다.
물고기의 내장들은 바람을 맞아 차갑게 식어버렸으니
초라하게 루우핀의 빛이 타오르고 있다.
그대의 시선이 안개 속에 궤적을 남기니,
판결의 파기로 유예된 시간이 지평선에 보이게 되리라.
저편에서 그대의 연인이 모래에 묻혀 가라앉고 있다.
모래는 그녀의 나부끼는 머리칼까지 솟아오르고,
모래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아 침묵하라고 명령한다.
모래는 그녀가 죽어가고 있음을,
모든 포옹 후 기꺼이 이별을 감수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뒤돌아 보 지 말라.
그대의 구두끈을 조여 매라.
개들을 쫓아 보내라.
물고기를 바다 속에 던져 버려라.
루우핀의 빛을 꺼버려라!
보다 혹독한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참고: 2차대전 직후 성년에 이른 젊은이의
역사적 상황의식이 집약된 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바하만의 대표적인 시로 꼽힘.
싯구 중에 '루우핀'은 이삭모양의 꽃송이가 달린
잡초과 식물로 사료와 풋거름으로 쓰이는 식물.


바하만의 시'유희는 끝났다(Das Spiel ist aus)'
중에서

.
"지금은 대추야자의 씨앗이 움트는 아름다운 시절.
추락하는 모든 이에게 날개가 달렸네요"




독일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사색하는
서정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 Zngeborg Bahmann  

그녀가 말하는 사랑의 실체는 무엇일까?

[삼십세]와 [동시에]로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 받아온
그녀의 작품은 서정적이고 때로는 동화적이기도
한 풍부하면서 다채로운 메타포를 지니고 있다.
자신의 작품처럼 다채로운 삶을 살았던 그녀는
죽음 또한 로마에서 의문의 화재로 맞이한
`미지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1926년 오스트리아 남부 클라겐푸르트에서
태어나 빈, 그라츠, 인스부르크 등 대학에서 법률과
철학을 공부했으며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고,브레멘 시 문학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인생을 투시하는 철학적인 사고와
새로운 언어로 짜여져 있는 바하만의 작품들은
현대의 고전으로서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다.
언어가 해체되고 차갑게 메말라 가는 현대 사회에서
그녀가 얘기하는 사랑과 진실, 새로운 poe세계로
나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전제되는 도피의 과정을
통해 어느덧 우리는 유토피아로 가는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