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미토콘드리아에 사무치다 / 고형렬

자크라캉 2007. 3. 13. 17:53

 

                                  사진<다음미디어 뉴스>에서

 

 

토콘드리아에 미치다 / 고형렬


가마득한 봄날 새 학기 교과서에서 배운 미토콘드리아의 꿈이
땅거미 속에 찢어진 날개를 치고 있다
뜻밖에 어딘가로부터 그들이 찾아왔다는 사실
아무도 없는 집 마루 안, 마당을 등진 거울에
다친 얼굴을 집어넣고 싶었던 날들, 그 오랜 뒷날의 구서울



나는 그대들을 본 적이 없다 저녁처럼 풀처럼 살아가고 있어
꽃과 잎이 같이 피는 애오개 목마름쯤,
문 닫은 도서관 얼룩진, 건너편 붉은 보도블록 근처
먼지만한 미토콘드리아의 신기루 조각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봄밤, 들어오는 차 돌아가는 차 모든 지붕에
죽은 자들이 걸어가는 저 슬픈 시간 속, 미토콘드리아들이여
전조등은 밝고 미등은 슬프지? 아니 슬프지 않다
아주 잊혀진 교과서 속 숨결의 미토콘드리아들
망사 그림자, 침묵의 호명 그 망막에 걸려 찢어지며 통과한다

 

    

 

 

- 2006년 제6회 미당문학상 최종 후보작

 

 

    .....
    1954년 전남해남 출생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 <수풀 속에는>등이 추천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 <大靑峯 수박밭>(1985), <海靑>(1987), <서울은 안녕한가>, <사진리 大雪>(1993, 창작과비평사), <마당 식사가 그립다>, <성에꽃눈부처>(창작과비평사)
    장시 <리틀보이>(1995),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 동시집 <빵 들고 자는 언니>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