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전주SBC당구동호회> 카페에서
제7회 세아뜨문학상 대상 수상작
성에꽃 / 최정희
산비탈 굴러 내린 씨알 굵은 바람은
밤새 창문을 향해 종주먹질을 해댔다.
차갑게 멍이드는 가슴
먹먹하다.
냉기로 응어리진 명치끝을 가만히 쓸어 내리면
귀 열린 창새로 간간히 별 우는 소리가 들렸다.
파란 보리가 서걱서걱 언 땅을 씹었다.
체온으로 녹여야 하는 이불속에서
더듬거리다 만져지는 가문 논짝 같은 엄마의 손
따뜻하다.
버릇처럼 돌아 눕는 등
가만히 등을 맞대고 모로 눕는다.
등과 등사이
가슴과 가슴사이
초록빛 바람 한 줄기 긋고 지나간다.
꽃씨 하나씩을 묻는다.
36도의 몸뚱이로 군불을 지핀 방 안
훈훈하다.
바람에 걸러진 성긴 햇살이
고랑 진 가슴으로 흐르면
묻어 둔 꽃씨에서 뿌리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푸른 심장의 풀무질
환한 피 돌기가 시작되었다.
밤새 언 가슴을 말없이 녹여 낸 창문엔
반짝이는 성에꽃 무리지어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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