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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자는 `辛春고아`>年 수입, 소설가 100만원線...시인30만원도 안돼/한국일보

자크라캉 2007. 1. 16. 13:41
[新春문예 당선자는 '辛春고아'] 年수입, 소설가 100만원線…시인 30만원도 안돼
[한국일보 2007-01-14 19:27]    
당선직후 반짝 원고청탁 몇개로 끝

작가생명 이으려 '재등단' 모험도

#1. 서른 중반에 일간지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B씨. 그는 직장생활을 하며 글을 쓸 요량으로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결국 6개월을 세차장에서 일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취업센터에서 그래픽 기술도 배웠지만 취업이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선 직후 반짝 들어온 원고청탁은 3곳이 전부였고, 원고료는 다해 봐야 10만원 남짓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시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묻더니 "차라리 라디오에 경품이나 신청하라"고 했다. B씨는 현재 문학과 관련이 없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2. 지난해 문예지 비평 부문에 등단한 김모씨는 2003년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된 작가다. 그는 작가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재등단'이라는 험로를 택했다. 문학계의 관심은 등단 이후 잠시 뿐이었고, 작품을 소개 할 지면을 얻는 것도 문예지 출신보다 힘겨웠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존재감은 희미해져 갔다. 김씨는 "신춘문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데다 문학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전업작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며 "문학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재등단 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이 시대 '문청'들이 겨우내 건져올린 삶의 편린들이 빛을 발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당선의 영광도 잠시 뿐.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은 신춘(新春)이 아닌 신춘(申春)이다.

이들은 당선 이후 자신들의 처지를 '신춘고아'로 표현하며 탄식한다. 가난은 천형처럼 거치적대고, 길잡이가 돼 줄 선배들은 찾을 길이 없다. 해서 어떤 이는 등단의 영광을 뒤로 한 채 펜을 꺾기도 한다.

소설가 백가흠씨는 현대문학 2006년 12월호에 실린 <내 연봉은 포도나무 한 그루>라는 글에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내 꿈이 연봉 600만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소설가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신춘문예 등단작가 100명을 조사한 결과, 소설가는 연평균 수입이 100만원 가량이지만 시인은 30만원을 넘지 못했다. 문예지가 시 한편에 주는 원고료는 4만~10만원선. 하지만 현대문학 문학동네 등 5대 문예지를 제외하곤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으로 대체하기 일쑤다.


이렇다 보니 등단 작가들은 집필활동을 위해 논술과외 학원강사 대필 등 부업을 뛸 수 밖에 없다. 가정주부와 학생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집필에만 전념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소설가 정모씨는 "출판물 교열로 버는 돈이 월 100만원도 안돼 가계 생활비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작가들의 숨통을 터주는 게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이다. 이 위원회는 매분기 문예지 발표작품 중 우수작(4만~100만원)을 뽑는 한편, 매년 100여명의 작가(1인당 1,200만원)를 선정해 창작기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본보가 조사한 100명의 작가 중 한번이라도 창작기금을 받은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신춘문예 작가들이 '신춘고아'라고 자조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문예지 등단 작가와는 달리 작품을 발표할 지면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문예지의 경우 등단 작가의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기회를 정기적으로 주지만, 신춘 작가들은 당선 이후 한두 차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전부다. 더욱이 지방지 신춘문예 출신은 중앙일간지 재등단이 작가로 살아 남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지방지와 중앙지 신춘문예에 연달아 당선된 한 작가는 "신춘 작가들은 매니저 없이 혼자 뛰는 연예인, 문예지 등단 작가들은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으로 보면 된다"며 "지방지 출신들은 중앙지로 재등단 하지 않으면 명함도 못 내미는 게 문학계 풍토"라고 지적했다.

2002년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한 한 작가는 "한해에 배출되는 신춘문예 당선자 10여명 중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경우는 1명 정도"라며 "8~9명은 근근히 작가생명만 이어가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유병률·안형영 기자, 사진부 = 최흥수·배우한 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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