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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명이 "창작관련 수입 전혀 없다"
35명은 "돈벌려 논술과외 등 알바"
중앙일간지 신춘문예 출신인 소설가 A씨는 등단 5년이 지났지만 아직껏 소설집을 한 권도 내지 못했다. 생계 문제로 대필 교열 등에 매달리다 보니 글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2년 전 출판사 일을 접고 소설에만 정진하면서 생활은 더욱 빠듯해졌다. 돈이 떨어질 때가 되면 3~4개월간 논술과외 학원강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시 소설 쓰기를 반복하고 있다. A씨는 "직장생활이나 부업을 하지 않고 생계가 가능한 소설가나 시인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신춘문예는 문학 지망생들이 학수고대하는 꿈의 등용문이다. 그러나 작가들의 수가 늘어나고 문학이 출판시장에서 외면당하면서 신춘문예 출신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2001~2006년 신춘문예 시ㆍ소설ㆍ동화부문 당선자 100명을 전화인터뷰 해 전반적인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글 쓰기 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창작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연평균 수입이 2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이 61%나 됐고, 창작관련 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도 45%에 달했다.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거나 잡지 신문 등에 기고해 연 200만원 넘게 버는 작가는 6%에 불과했다. 창작활동과 관련해 정부기관 등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은 비율도 25%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집필활동에 전념하는 작가는 10%에 그친 반면, 시나 소설을 쓰는 동안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논술과외 학원강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35%에 달했다. 회사원, 교사, 출판사 직원 등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창작활동을 병행하는 작가도 20%나 됐다. 또 대필을 해봤거나 대필 의뢰를 받아본 적이 있는 작가는 29%로 조사됐다.
이들은 순수문학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현실과 동떨어진 문학을 추구하는 작가의 탓(36%)으로 돌렸다. 독자들의 독서취향 변화(32%),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13%)도 지적됐다.
기성 문인들과의 교류는 미미했다. 동인활동 등을 하고 있는 작가는 13%에 불과했고, 등단 이전에 알고 지내던 문인과만 교류 하거나 아예 교류가 없다는 응답이 각각 33%, 38%였다.
신춘문예 출신인 김경주 시인은 "상당수 등단 작가들이 예상치 못했던 곤궁한 삶에 절망하다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못 내고 사라지는 게 현실"이라며 "기성 문인이나 문예지 등의 지원도 없다 보니 혈혈단신의 '고아'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기획취재팀 고재학(팀장)·유병률·안형영 기자, 사진부 = 최흥수·배우한 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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