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도 없이 쓸쓸하다 계간 [시안] 2005. 여름호 기원도 없이 쓸쓸하다 박정대 나의 쓸쓸함에 기원이 없다 너의 얼굴을 만지면 손에 하나 가득 가을이 만져지다 부서진다 쉽게 부서지는 사랑을 생이라고 부를 수 없어 나는 사랑보다 먼저 생보다 먼저 쓸쓸해진다 적막한, 적막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 참 좋은 시 2006.03.06
음악을 죽인 거리 음악을 죽인 거리 고형렬 오래된 순간 이었다. 음악상자가 길바닥에 떨어진 것은 치아교정이 부서지고 옷이 찢어졌다 하체가 해체됐다 보청기 모양의 아기, 고무타이어에 으깨지고 모든 기능은 멈추었다 그녀의 귓구멍만한 레시버, 생의 거짓이 도로에 누웠다 바리케이트 너머 사이렌을 울어도 환한 .. 참 좋은 시 2006.03.06
하품/김기택 하품 김기택 다 본 스포츠 신문을 다시 훑어보는 무료한 얼굴이 잠시 긴장하더니 갑자기 가쁜 숨이 몰아친다 콧김과 입김이 심상치 않더니 고와 입과 턱에 근육이 돋더니 입이 공기를 크게 베어 물며 열린다 턱뼈에 무게를 싣고 느리지만 힘차게 벌어지는 입 얼굴의 중앙을 밀어 올린 정점에서 입은 숨.. 참 좋은 시 2006.03.06
우리시대의 시인- 자전적 시론/이경림 ■ 우리 시대의 시인 - 자전적시론 「이미지들―시론으로 쓰는 시」 이 경 림 구멍 르네 마그리뜨의 그림 속에 모자를 쓴 한 남자가 돌아서서 창 밖의 바다를 보고 있다. 옆에는 그의 실루엣이 있고 그것은 뻥 뚫려 있다. 뚫린 구멍인 그것도 모자를 쓰고 바다 쪽으로 서 있다. 실루엣인 그것은 現在 구.. 참 좋은 시 2006.03.05
[스크랩] 살가죽구두/ 손택수 살가죽구두/ 손택수(1970∼ ) 세상은 그에게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맨발로 세상을 떠돌아다닌 그에게 검은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부산역 광장 앞 낮술에 취해 술병처럼 쓰러져 잠이 든 사내 맨발이 캉가루 구두약을 칠한 듯 반들거리고 있네 세상의 온갖 흙먼지와 기름때를 입혀 광을 내.. 참 좋은 시 2006.03.01
[스크랩] 회상 1/ 천상병 회상(回想)1/ 천상병(1930~93) 아름다워라, 젊은 날 사랑의 대꾸는 어딜 가? 어딜 가긴 어딜 가요? 아름다워라, 젊은 날 사랑의 대꾸는 널 사랑해! 그래도 난 죽어도 싫어요! 눈 오는 날 사랑은 쌓인다. 비 오는 날 세월은 흐른다. 이 사랑의 대꾸는 얼마나 맵짜고 어여쁜가. 살짝살짝 돌려놓는 게 있다. 소녀.. 참 좋은 시 2006.03.01
[스크랩] 행복하기~! 저울에 행복을 달면불행과 행복이 반반이면 저울이움직이지 않지만 불행 49% 행복 51%면 저울이 행복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행복의 조건엔이처럼 많은 것이 필요없습니다. 우리 삶에서 단 1%만 더 가지면 행복한 겁니다. 단 1%가 우리를 행복하게 또 불행하게 합니다. 나는 오늘 그 1%를 행복의 저울 쪽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래서 행복하냐는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행복하다고..-이해인님의 '1%의 행복' 中에서- 출처 : 블로그 > 그냥 | 글쓴이 : 마나 [원문보기] 참 좋은 시 2006.02.28
홀로코스트/배용재<`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당선> 홀로코스트 / 배용제 1999년 7월 어느 날, 씨랜드 수련원에서 수 십 명의 아이들이 홀로코스트 되었다. 그때 어둠은 고요했고 어디선가 술잔들이 건배를 하거나, 음악이 흐르거나, 수많은 정자들은 수정을 향해 몰려갔다. 불꽃이, 불꽃 속의 신들이 아이들의 잠을 고스란히 먹어치운다 텅 빈 잠의 껍질 .. 참 좋은 시 2006.02.28
빗방울 화석/황동규 빗방울 화석 / 황동규 빗방울 화석 / 황동규 창녕 우포늪에 가서 만났지 뻘 빛 번진 진회색 판에 점점점 찍혀 있는 빗방울 화석. 혹시 어느 저녁 외로운 공룡이 뻘에 퍼질러 앉아 감춘 눈물방울들이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흔적 남기지 않고 가기 어려우리. 길섶 쑥부쟁이 얼룩진 얼굴 몇 점 사라지지.. 참 좋은 시 2006.02.28
정사/이동호 정사 - 이동호 "; str+=""; str+=""; document.write(str); 정사 이동호 나무와 불은 벽난로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은 채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창의 안과 밖은 서로를 침범하기 위해 세차게 흔들렸고 술잔 속에서는 포도주가 요염하게 다리를 꼬고 있었다 음악 소리는 사내의 품속에 꼭 안겨있었다 사내는 .. 참 좋은 시 200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