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ndy>님의 플래닛에서
권현형 / [밥이나 먹자, 꽃아] /천년의 시작 / 2006.
최초의 사람 / 권현형
챙이 커다란 청모자를 쓴 아이가
제 동화책 속에서 걸어나와
검정 에나멜 구두로 땅을
두드린다
최초의 사람인 듯 최초의 걸음인 듯
갸우뚱 갸우뚱 질문을 던지며 걸어다니다
집을 나와서는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 봄의
부랑자들,
길바닥에 떨어져 누운 꽃점들을 두고
차마 지나치지 못하여 한참을 서 있다가
바르비종 마을의 여인처럼 가만 무릎을
꿇는다
이삭 줍듯 경건하게 주워올려 본래의 둥지
나무 가까이에 도로 놓아준다 방생하듯
봄날의 바다에 꽃의 흰 꼬리를 풀어
놓아준다.
꽃 줍는 아가야, 환한 백낮에 길 잃은
한 점 한 점을 무슨 수로 네가 다 거둘 것이냐
몸져 누운 세상의 아픈 뼈들을
무슨 수로
일으켜 세울 것이냐 한번 떨어져 나온 자리로는
다시 돌아갈 길 없다
네가 옮긴 첫발자국이 그토록 무겁고
서러운
질문이었음을 기억하거라
'시집 속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가/김경주 (0) | 2006.09.02 |
---|---|
어머니는 아직도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0) | 2006.09.02 |
모자나무 / 박찬일 (0) | 2006.08.26 |
쥐뿔 / 최승호 (0) | 2006.08.26 |
추파춥스/ 이원 (0) | 2006.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