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톨위고

모래 언덕 위에서 하는 말 / 빅톨 위고

자크라캉 2006. 8. 25. 13:25

 

                                  사진<ehfl>님의 플래닛에서

 

 

래언덕 위에서 하는 말 / 빅톨 위고


나의 인생이 햇불처럼 옴츠러 들어간 지금,
나의 임무가 끝난 지금,

애상과 나이를 먹는 동안
어느샌가 무덤 앞에 이르게 된 지금,


그리고 마치 사라진 과거의 소용돌이처럼
꿈의 날개를 펴던 저 하늘 속에서

희망에 부풀었던 과거의 시간들이
어둠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된 지금,


어느 날인가 우리는 승리를 하지만
그 다음날은 모든 것이 거짓이 되고 만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지금,
슬픔을 안고 꿈에 취한 사람모양 몸을 구부린 체,


나는 바라본다.
뭉게구름이 산과 계곡,

그리고 끝없이 물결짓는 바다 저 위에서
욕심장이 북풍의 부리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하늘의 바람소리가 ,암초에 부딪치는 물결소리가,
익은 곡식단을 묶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귀 기울인다. 그리고는
속삭이는 것과 말하는 것을 내 생각 깊은 마음속
에서 비교해 본다.


나는 때때로 모래언덕 위 듬성듬성 난 풀 위에
몸을 던진체, 꼼짝 않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노라면 흉조를 띤 달이 떠올라와
꿈을 펴는 것이 보인다.


달은 높이 떠올라 가만스런 긴 빛을 던진다.
공간과 신비와 심연 위에,

광채를 발하는 달과 괴로움에 떠는 나,
우린 서로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사라진 내 날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를 알아주는 이, 하나라도 있을까?

이 노곤한 눈동자 속에
젊은 날의 빛 한 오라기라도 남아 있는가?


모든 것이 달아난 걸까? 나는 외롭고 이젠 지쳤다.
대답없는 부름만을 하고 있구나.

바람아! 물결아! 그래 난 한가닥 입김과 같은
존재였단 말이냐?

아 슬프게도! 그래 난 한줄기 물결에 지나지 않았단 말이냐?


사랑했던 그 어느 것도 다시 볼 수 없단 말이냐?
나의 마음속 깊숙이 저녁이 내린다.

대지야, 네 안개가 산봉우리를 가리웠구나,
그래 난 유령이고 넌 무덤이란 말인가?


인생과 사랑과 환희와 희망을 모두 살라 먹었을까?
막연히 기대를 건다. 그러다간 애원하는 마음이 되어

한줌이라도 혹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단지마다 기울여 본다.


추억이란 회한과 같은 것인가,
모든 것은 우리에게 울음만을 밀어다 주는구나!

죽음, 너 인간의 문의 검은 빗장아,
너의 감촉이 이리도 차냐!


나는 생각에 잠긴다. 씁쓰레한 바람이 일어오는걸,
물결이 붉게 주름지어 밀려오는 걸 느끼면서,

여름은 웃고, 바닷가 모래밭에는
파아란 엉겅퀴꽃이 피어나는구나.



위고(Hugo, Victor / 프랑스 / 1802-1885)


낭만주의의 대가. 1822년에 처녀 시집을 발표한 뒤
한평생 시를 쓴 국민적 대시인.

희곡 '에르나니'를 공연하여 낭만주의의 승리를 가져왔고,
소설 <노트르담의 곱추>, <레 미제라블>등으로
시뿐 아니라 소설,희곡등에서도 성공을 거둔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조류의 거장.

풍부한 상상력과 완벽한 문체의 기교, 무궁한 정력,
끊임없는 창작열속에서 눈부신 많은 작품을 쏟아놓았다.

정치적인 문제에 기인된 유형지 Jersey에서 고독과 번민,
사랑하는 아들의 뜻아닌 죽음은 그의 천재성을 더 깊고
넓게 열어 주었다.


시집: Odes et Ballades (1826-1828),
     Les Orientales (1829),
     Les Feuilles d'automne(1831),
     Les Rayons et les ombres (1840),
     Les Chatiments (1853),
     La Legende des Siecles (1859-188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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