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다음>에서
우물 / 박형준
산 중턱에 있는 우물 하나
바다와 이어져 있는 것이 분명하다
멀리 이곳에서도 썰물 소리가 난다
바람을 소화하는 소리가 난다
숨통을 틀어막고 기억을 더듬었던.
안개가 잔뜩 고여 있는 우물에는
바다의 비린내가 난다
저 아래 두레박 밑에는
바다의 소음이 떼지어 다닐 것이다
푸른 이끼가 돋아나는 돌 틈에는 망각처럼
가끔 갯벌레가 기어다닌다
미지의 밑바닥을 헤집으며
산호와 새로운 섬들을 꿈꾸지만
우물의 눈에 고통스러운 빛이 흘러다닌다
성대를 떨며,
오랫동안 마르지 않는 우물은
아무에게도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비릿한 안개가 빛에 섞여 떠오른다
2006년 <시평> 가을호
박형준
전북 정읍 출생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 하련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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