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푸른 사막을 보고 오다 / 권현형

자크라캉 2006. 8. 17. 14:18

   

사진<바람처럼>님의 블로그에서




           
         른 사막을 보고 오다  /  권현형

        겨울 저녁 도둑고양이처럼
        고향바다를 훔쳐보고 온 일 있다
        눈길 따라 낙타를 타고 타박타박
        푸른 사막을 지나간 일이 있다
        누가 아직 떠나지 못하고
        파도를 끌어안고 사는지
        그 얼굴이 몹시 궁금했다
        바닷가 노래방
        바닷가 야식집
        바닷가 약국에서
        어부가 되지 못한 옛 친구들은
        소금바람에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바다는 그렇게 사막처럼 버려져 있었다
        선술집 유리를 통해
        밤새 뒤척이는
        고향바다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집어등 불빛 때문인가 어둠 속에서 파도가
        눈물자국처럼 번득인 것 같기도 한데
        새벽 고속버스 의자에 올라앉아 생각하니
        고향도 바다도 방금 스쳐 지나온
        간이 정거장처럼만 여겨진 일 있다

 

 

 

                                      <밥이나 먹자, 꽃아> / 권현형 /  천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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