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몽대항 폐선 / 김영남

자크라캉 2006. 8. 17. 14:13


 사진<고원이 오두막집>님의 블로그에서
        

 

대항 폐선 / 김영남

        저기 졸고 있는 개펄의 폐선 한 척이
        앞에 서 있는 여자 한 명을, 아니
        그 옆의 친구들까지를
        그립게 했다가 외롭게 했다가 한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속성이
        그 폐선 위에도 살고 있는 것인지
        갈매기가 몇 마리 뜨니 더욱 그런다.

        난 예 풍경을 눈에 꼭 담고 상상한다.
        폐선이란
        낡아 저무는 모습이 아니라
        저물어선 안 될 걸
        환기시키는 어떤 힘이라는 것을.
        그런 힘이 밀물처럼
        주변을 끌어당겼다 놓았다 할 때
        그게 진짜 아름다운 폐선이란 것을.
        나도 언젠가는 저처럼
        누굴 그립게 끌어당겼다 놓았다 하는
        몽대항 폐선이 되리란 꿈을 꾼다

 

 

      

 

 

                                   <푸른 밤에 여로> / 김영남 /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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