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빈 시인

겨울 바다. 2 / 이언빈

자크라캉 2006. 7. 29. 14:51

 

 

 

                            사진님의 플래닛에서

 

 

 

울 바다. 2 / 언빈

 

 

내 젊은 날의 지붕을 한 없이 펄럭여 주던 바다

우리의 안쪽을 흘러가면서

명징<明澄>함을 오오래 지켜주던

정신의 램프가 비어지고 있다

수은주가 한 점씩 우리의 체온을 내리고 가는 밤

바람은 자주 우리를 바람 밖에 세워 놓고

허리에 감기는 푸른 채찍과

몇 개의 난파를 몰고왔다.

막막한 머리칼 바람의 중심에 널어놓고

정전이 될 때마다

얼굴 위엔

알 수 없는 비문<碑文>들이 몰려가고 있다

바다여

기침할 때 마다

한 벌씩 바다를 벗어 놓고

바다 밖에 서서 캄캄한 기<호記號>로 울고 있는 바다여

우리가 더 이상 인간임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서서

전신으로 끝없는 경사를 맞이 할 때

파도 소리 뜯으며 밤은

허망함의 집을 귓부리마다 높이 세우고 있다.

허망함이 펄럭 이는 집의 안쪽에서

난간 없는 바다에서

기침을 하면

온 몸이 캄캄하게 쏟아져 나온다

수운주를 바라보며

끝없는 하강의 밤을 맞이할 때

온 몸에 난파를 감고

바다는 지금

閉經이 되고 있다

내 안쪽을 흘러가면서 불 꺼진 램프여

밤을 밤으로 견디고 있는 심지마다

한 접시 불면을 明澄하게 끼워다오

 

 

 

 

 

 

이언빈 시인

-강원 강릉 사천 출생

-강원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76년 <心象>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민족작가회의 회원

-현재 고교 교사로 재직

-시집<먹황새 울음소리> 민족문화사 1984년

-한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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