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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2 / 이언빈
내 젊은 날의 지붕을 한 없이 펄럭여 주던 바다
우리의 안쪽을 흘러가면서
명징<明澄>함을 오오래 지켜주던
정신의 램프가 비어지고 있다
수은주가 한 점씩 우리의 체온을 내리고 가는 밤
바람은 자주 우리를 바람 밖에 세워 놓고
허리에 감기는 푸른 채찍과
몇 개의 난파를 몰고왔다.
막막한 머리칼 바람의 중심에 널어놓고
정전이 될 때마다
얼굴 위엔
알 수 없는 비문<碑文>들이 몰려가고 있다
바다여
기침할 때 마다
한 벌씩 바다를 벗어 놓고
바다 밖에 서서 캄캄한 기<호記號>로 울고 있는 바다여
우리가 더 이상 인간임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서서
전신으로 끝없는 경사를 맞이 할 때
파도 소리 뜯으며 밤은
허망함의 집을 귓부리마다 높이 세우고 있다.
허망함이 펄럭 이는 집의 안쪽에서
난간 없는 바다에서
기침을 하면
온 몸이 캄캄하게 쏟아져 나온다
수운주를 바라보며
끝없는 하강의 밤을 맞이할 때
온 몸에 난파를 감고
바다는 지금
閉經이 되고 있다
내 안쪽을 흘러가면서 불 꺼진 램프여
밤을 밤으로 견디고 있는 심지마다
한 접시 불면을 明澄하게 끼워다오
이언빈 시인
-강원 강릉 사천 출생
-강원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76년 <心象>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민족작가회의 회원
-현재 고교 교사로 재직
-시집<먹황새 울음소리> 민족문화사 1984년
-한국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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