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당선작

어머니는 수묵화였다/권정일<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당선작

자크라캉 2006. 7. 28. 11:41

 

                  사진<여명*희망의 빛>님의 플래닛에서

 

 

 

머니는 수묵화였다  / 권정일

 

 

 그때 나는 세모시 저고리에서 달빛보다 더 선연한 바늘의 등뼈가
휘어지는 것을 보았다  열 손가락관절이  삐걱이는 소리를 들었다
수묵화처럼  가지런한이마가  환한 빛을 내던 토방 쪽마루를 보았

 
 어머니 반짇고리 곁에는  내가 이름  지어준 별들이  내려와 집을
짓곤 했다 못에 찔려 피 흘리던  내 꿈들 우리집 추녀 끝에 밤마다
찾아드는 바닷소리를 들었다 한 채 섬이 된 우리집 마당으로 물방
울처럼 별 하나,  별 둘 똑똑 떨어지는 기척이 있었다 옛날 이야기
가 섬이 되어 떠다니고

 푸른 슬레트 지붕이 녹스는  소리마저 정겨운 여름밤이었다 흑싸
리 화투패 같은 빈 껍질의 어머니 가슴에서도 녹스는 소리가 들렸
다 어쩜 그것은 내 가슴팍을 적시는 물살이었다 추깃물 같은 반딧
불이 우리집 낮은 담장 너머에서 몇 번  어둠을 흔들다가사라지고
있었다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