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소개

고은 / 시인

자크라캉 2006. 7. 26. 16:09

 

 

 

 

 

 

 

 

 

 

 

 

 

 

 

 

 

 

 

 

 

 

 

 

 

 

 

 

시인 고은(高銀)

 

1933년에 출생하여 1958년 문단에 나온 이래 시, 소설, 평론 등 120권의 저서를 낸 우리 시대 시단의 거목이다. <고은 시 선집>, <고은 전집>, 서사시 <백두산> 전 7권 등 많은 전집을 냈고, <만인보> 15권 등 시와 소설을 발표했다. 영어, 독어, 불어, 일어 등으로 번역된 저서도 상당수에 이른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를 지내며 <실천문학>을 창간했고, 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민주화운동의 현장에도 늘 자리를 함께 했다. 1988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초대의장, 1990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의장을 지냈고 1994년부터는 경기대 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1999년 미 하버드대 옌칭스쿨과 버클리대에서 한국문학과 시를 강의하고 있다. 제1회, 12회 한국문학작가상, 만해 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 고은(高銀)의 문학세계

 

 


1. 서 문

고은은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한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미지의 새로운 세계를 향한 소망을 일구어 가던 평범한 소년이었던 고은에게 결코 평탄치 않은 생을 제공한 것은 당시의 격변하는 시대 상황이었다. 해방 전후 및 전쟁기를 거치면서 극심한 정신적 갈등과 혼돈을 이겨내지 못한 채 자살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했던 시인의 이력은 이를 잘 말해 준다.

결국 고흐와 한하운을 동경하던 시인은 깊은 생의 환멸 아래 1952년 19살의 나이로 출가하고 만다. 하지만 그는 사문의 삶 속에서도 정신적 평온을 회복할 수 없었고 입산한 지 10여년 만인 1962년 환속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0년대 온갖 허무와 퇴폐와 관련된 소문 속의 주인공이었던 고은은 1970년대 초 참여문학의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화려한 변신을 시도한다.

환속 직후의 고은의 삶은 승려 시절부터 서슴치 않던 갖가지 파행적 일탈적 행위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연이은 자살기도 광란에 가까운 기괴한 행동들이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것만큼이나 그의 투사로서의 변신 역시 커다른 충격을 낳는다.

이미 조지훈,서정주 등의 추천으로 「현대시」와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면서부터 문단의 총아로 주목받아 왔으며, 1960년「피안감성」, 1966년 「해변의 운문집」, 1967년 「제주가집」등을 출간하면서 허무주의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얻어왔던 고은은 1971년 삼선 개헌 반대 운동에 참여하면서 사회 정치적 현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이후 고은은 체포와 구금의 나날을 보내왔고 1970년대 삼선개헌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사회 정치적 현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이후 고은은 계속되는 체포와 구금의 나날을 보내왔고 1970년대부터 그가 얻은 직함들,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초대 대표 간사,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부위원자,민주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공동의장 등에서 알수 있듯이 그의 모든 대외활동은 민주 쟁취 및 민족통일을 향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2. 시적 변모의 내적 동인으로서 죽음의식

기존의 고은 시 연구는 시기별로 나타나는 특성들을 고찰하면서 시사적 의의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이는 시기별 작품 세계 파악에는 큰 도움을 주지만 그의 시세계를 관통하는 특징을 드러내기에는 미흡하다.

물론 아직 생존 작가인 데다가 여전히 왕성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전체 시 세계를 일괄해 내기는 쉽지 않지만 시 세계 변모과정을 전적으로 시인의 말에 의존하여 이해하는 방식이나 10년 간격으로 시기를 나눠 편의적으로 조감해내는 방식 등은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특히 고은과 같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시 세계의 변모가 극단적인 편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작가의 사회 정치적 자각과 의식이 변화에 따른 것일 경우에는 더욱 정치한 검토가 요구된다.

고은의 초기 시세계의 핵심을 유한자의 필멸의 과정에서 비롯되는 허무 의식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며 그의 초기 시 연구에 길잡이 역할을 한다.

고은의 중기 시에 대한 논의들은 원래의 허무주의적 감수성과 현실 체험이 병존한다는 결론에 있어 거의 일치한다. 허무와 무상 뒤에 자리잡고 있는 생동하는 삶의 충격 삶의 감동에 눈뜨게 된다는 평가가 대부분으로 이 시기를 절충의 시기로 간주하는 측면이 강하다.

고은 시가 197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죽음에 대한 지ㅣ향을 보여주는 측면을 분석해 냄으로써 허무 의식이 중기 시 세계 역시 아우르고 잇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후자의 경우에는 시인의 과도한 이념의 경도 및 정신주의적 측면을 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값있다.

고은이 초기 시작과정에서 보여준 죽음에 대한 지향은 궁극적으로 그가 역사적 현재에 몰두하면서 현실 변혁을 추구하게 되는 원인을 짚어보는 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이른바 참여시들은 초기부터 견지해 오던 죽음 의식의 시간 구조를 전화기적인 시대에 효과적으로 변용시킨 관념의 소산인 것이다.그의 시정신은 초기 허무 의식의 시간관 및 시간 구조분석을 통해 쉽게 드러날 수 있다.

3.죽음과 시간의 폐기와 시초 시간으로의 환원

고은의 초기 시에 팽배한 허무 의식은 모든 사물들은 소멸해갈 것이므로 실재 표상 세계 안에서는 참된 의미를 획득할 수 없다는 사고에 기초한다. 죽음이란 모든 존재자들의 근본성격이라서 그것들은 필멸의 운명을 지니고 있으면 죽음의 세계만이 현상하는 모든 사물들이 상주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허무 의식은 죽음을 삶의 진정한 구원으로 간주함으로써 그것에 기꺼이 투신하고자 하는 죽음에 대한 지향을 특징으로 하면서 모든 존재자의 존재성을 소멸 과정으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죽음 의식으로 규정지어질 수 있다.

고은의 로기 시세계에서 '바다' 또는 '물'은 그가 지향하는 죽음의 세계를 드러내 주는 주요한 시적 공간이다. 그런데 바다 또는 물은 신화적이며 제의적인 의미에서 볼 때 생과 사의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물은 모든 잠재성을 자신 속에 합체하고 있어서 생의 상징을 이룬다.

그러나 문조여 그대는 한 물새가 제상할 것을 제상하게 한다
돛받이에 다친 어부는 키 잡은 손을 풀고
온갖 그물코에 별들을 걸어야 한다

잠깐이다 다른 세상에서 다른 여인이 낳을 것이다
오늘까지 살아온자는 그대앞에 있고
언젠가 오랜 땅보다도 오랜 바다를 소망하리라

-「이 만조에 노래하다」중에서

새로운 존재 가능성의 원천인 바다의 신성성과 생명력이 부각되고 있다. 위에서 바다는 생명의 성스러운 진원지로 순수와 순결과 정화의 모태이면서 인간의 단말아적인 생과 대비되는 영원의 상징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온 마음으로 희구하여야 할 바가 '오랜바다'인 것은 그곳에서야 말로 진정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만조의 바다 즉 원기가 가장 왕성한 바다는 탄생과 사멸을 동시에 가져온다. 그러므로 죽음은 슬퍼해야 할 사건이 아니요 제상할 것을 제상 해야 한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인간은 다른세상에서 다른 여인의 몸을 빌려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이때 재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다의 신성한 힘과 정화력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란 동정녀에게 견주어질 수 있는 신성한 바다에 의한 창출이며 바다는 세속에 찌든 인간의 더러움을 씻어 줌으로써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한다. 바다의 신성한 힘과 정화력은 개체의 죽음을 수용하여 그것을 새 생명으로 전화시키는 것이다.

4. 근대 역사 철학적 시간관의 획득

1960년대에 줄곧 통과제의적 죽음을 통한 새로운 인간형으로의 탄생과 시초시간의 회복을 갈망해 오던 고은은 1970년대 초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에 접근해 가면서 그의 죽음 의식을 세속화시킨다. 이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것은 당시에 급속도로 파급된 역사 철학적인 시간관이다. 역사가 행위 주체인 민중에 의해 변혁될 수 잇다는 믿음은 거의 신앙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현실 참여를 부르짖던 참여 문학파 문인들에게 이와같은 진보적 시간관의 선취는 그들이 시대의식과 양심을 저울질하는 잣대가 되기도 하였다.
다음 해에 각각 발표된 '입산'및 '새벽길'은 모두 이러한 시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반도야 한 이삼백년만 가라앉아라
바다 밖에 없도록
아무리 찾아보아도
푸른바다 밖에 없도록

그리하여 이 강산을
대장경 원목으로 소금에 절였다가
한 이삼백년 뒤에 떠오르게 하라
하늘의 일월성진이야

그대로 지긋지긋하게 두고
한반도의 온갖 힘을 죽여서
빈 땅으로 떠오르게 하라

거기에 새로 나라를 새우고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말하게 하라
삭지 않은 대장경을 남기게 하라

-「대장경」중에서

새로운 세계 건설을 위한 현상타파로서 한반도의 완전한 멸망 이 최종적인 소멸은 이 땅의 모든 부정적인 가치와 제도 법과 질서마저도 종식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바다에 가라앉아'빈땅'으로 다시 한반도가 "떠오르"는 날은 "거기 새로 나라를 세우"는 날이다. 이때 시간의 주인임을 자각한 민중의 염원과 실천은 새 세상 쟁취으 원동력이 된다.

이 작품에서 물에 의한 모든 존재의 사멸과 새로운 생명 가능성으로 부활하는 빈땅의 이미지는 쉽게 노아의 방주를 연상하게 만든다. 대지가 물속에 완전히 잠김으로써 혼돈으로 복귀하며 그후 처녀지에서 선택받아 살아 남은 최후의 족속들이 다시 역사를 시작한다는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대장경은 이와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후자에서 세계 파멸과 갱생의 근본 동인은 신의 분노와 심판이지만 대장경에서 그것은 민중의 오랜 정성과 염원이다. 과거 대장경은 나라가 총체적인 위험에 처하거나 변란을 당하였을 때 불력과 온 백성의 정성을 모아 위기 상황을 물리치려는 의도에서 간행되곤 하였다.

그날이 어너제냐고 묻지 마세요
열길 스무 길 물밑에 사는 것도
그날을 기다리며
인당수 연꽃으로 떠오르는 듯

눈감고 기다려서
죽은 스님 돌아오듯
아니에요 청이 아비 심봉사로
눈떠서 그날을 맞이해요

사랑하는 이여
그날의 바람부는 햇빛 벌판을 맞이해요

-「대망」중에서

대망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그날'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이다. 이 그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날인지 어떠한 시점에 올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은 편이지만 그날에 대한 믿음이 오늘을 인내하게 만들며 내일에 대한 소망을 간직하게 하는 동력임은 자명하다. '언제냐고'묻지말라는 것도 그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기 보다는 그날에 대한 의심과 억측을 삼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날은 매우 경건하고 신실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는 날이며 오랜 소망과 염원을 이루는 날이다. 그날이 있는 까닭에 '열길 스무 길 물 밑'도 감내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지금은 "눈감고 일도 배워야"한다. 그날은 이제까지의 시간을 소거하거나 파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늘의 고통의 시간이 있기에 그날은 가능하며 그날은 오늘의 댓가인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시간은 그날이 표상하는 낙원이 실현되는 순간 소거되는 것이 아니라 유일한 가치로서 '역사화'된다.

고은이 이후 지속적으로 견지해온 악의 세력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새로운 도덕적 이념적 질서의 확립 역시 이러한 그의 죽음 의식이 변주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5. 맺는 말

고은의 허무 의식 혹은 죽음 의식은 시인의 시 세계의 전개과정 및 정신적 지향을 해명하고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허무주의를 자유롭고 창조로운 인간 의지에 의한 새로운 삶의 질서 구축의 내적 논리라고 할때 시인이 보여준 새로운 생명으로의 탄생및 시초의 시간 희구는 모두 허무 의식을 발전적으로 완성하려 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제는 그의 허무 의식은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기 보다는 일종의 죽음에 대한 보편적 사유에 불과하며, 1970년대 시편에 나타나는 변혁된 세상에 대한 갈망도 현실에 대한 성실한 탐색결과이기 보다 초기부터 견재해온 관념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고은은 죽음의식과 시간 구조를 전환기적인 시대에 효과적으로 적용시킨 신앙에 가까운 맹목적인 믿음이야말로 그가 이후에 보여준 이 세계의 파멸과 새세상의 건립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다. 그의 초기 시편들이 내포가 명확하지 않은 슬픔이나 비애 등을 보여주는 데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도 이화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고은의 중기 시들은 당시에 팽배하였던 근대 역사 철학적 시간관을 수용함으로써 그의 죽음 의식을 시대 현실에 걸맞도록 변용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은 시인께서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구경하시고 쓰신 백두산 시가 몇달전 일간지에 기고한 것을 보고 감격 한바 있다. 우리 한민족의 한과 분단의 아픔을 표현하신 것을 감명깊게 읽은 바 있으며, 많은 시인들이 우리 조국을 사랑하는 시를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 주요 시집

<피안감성> 청우출판사 1960
<해변의 운문집> 신구문화사 1963
<신 언어의 마을> 민음사 1967
<새노야> 신진문화사 1970
<문의 마을에 가서> 민음사 1974
<부활> 민음사 1974
<제주도> 학사원 1975
<입산> 민음사 1976
<새벽길> 창박과비평사 1978
<고은 시전집> 민음사 1983
<조국의 별> 창작과비평사 1984
<지상의 너와나> 백민사 1985
<시여 날아가라> 실천문학사 1987
<가야 할 사람> 전예원 1987
<전원시편> 민음사 1987
<만인보 1~3> 창작사 1987
<너와 나의 황토> 고려원 1987
<백두산> 창작사 1987
<네 눈동자> 창작과비평사 1988
<만인보 4~6> 창작과비평사 1988
<대륙> 청하 1988
<문의 마을에 가서> 청하 1988
<조국의 별> 청하 1988
<해변의 운문집> 청하 1988
<잎은 피어 청산이 되네> 고려원 1988
<그날의 대행진> 전예원 1988
<조국의 별> 창작과비평사 1989
<만인보7~9> 창작과비평사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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