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짧은 낮잠 / 문태준

자크라캉 2006. 5. 31. 17:55
 
  

                              사진<늪바람>님의 플래닛에서

 

  은 낮잠 / 문태준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魂)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 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 "2004 미당 문학상 수상 작품집" 중에서 『중앙일보.

 문예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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