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늪바람>님의 플래닛에서
짧은 낮잠 / 문태준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혼(魂)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치는 겁 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 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 우는 소리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 있다
< "2004 미당 문학상 수상 작품집" 중에서 『중앙일보.
문예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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