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토토로>님의 블로그에서
벽화 / 김한기
야간조에 편입된 아버지는 밤에만 불 밝히는 우리 동네 가로등이에요 부잣집 찾아 서울 가신 울 엄마는 단칸방 누린내가 싫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래요 내 젖가슴 물오른 살들이 음습의 향을 피워 우리 집 앞 스쳐가는 뭇 사내들 낯선 시선을 잡아채도 누구 하나 단칸방 세워진 벽면마다 똥으로 이쁘게 이쁘게 그림을 그려대는 우리 할머니 그림은 보러 오지 않아요 우리 살아있나요 우리도 살아있다 말할 수 있나요 돼지우리 안에 처박힌 나날이 한 떨기 꽃으로 활짝 피어날 그 날은 언제일까요 오늘도 단칸방 그곳에서 황금빛으로 채색된 할머니의 그림이 황홀한 빛깔 잔뜩 뽐내며 나를 보네요 이 세상에 하나뿐인 관람객을 위한 몸짓이려니 기지개를 켜네요 열네 살 우리 동생 설익은 몸짓이려니 싶어요
부자들만 산다는 부천시 괴안동 철길 아래 우리 집이 있어요
제2회 가림토 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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