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

누구 이 얼굴 아십니까 / 오남구

자크라캉 2006. 4. 15. 20:42
누구 이 얼굴 아십니까

즉물 판타지2





외진 등산길도 호젓이 걸어 보았고요, 땅굴이며 기지촌 색시굴이며..., 들여다보고 또 보고 와서는, 한강변을 거닐어 보고 두 주먹으로 눈물만 훔치고. 또 시골로 가서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그렇게 찾아 냉이도 캐어보고 전봉준이 집도 가보고, 또 보고 끝내는 여치에게 찾아가고 골방 같은 데까지 누구 얼굴을 찾아보았지요.


나는 5 라는 기호 위를 날아갑니다.



 

 

탈관념의 캐릭터 기호학 / 조명제(시인,문학평론가)

     

여기서 지칭하는 '이 얼굴'은  캐릭터인데, 일상적인 사고의 발상을 당돌하게 전환시킨다. 즉 시인은 그 캐릭터를 일상적으로 나비가 날아가는 '현실의 꽃'이 아니라, "기호 5" 의 위를 날게 하여 기호학의 전혀 새롭고 환상적인  시적 상황을 전개시켜 나간다.

***

그 캐릭터는 직관의 '의미 비행'을 시작한다. 탈관념의  이 비행은 도(道)로서 사물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가 "꽃의 문답법"에서 <독자에게> 말하는  序詩인 "꽃! 직관"을 살펴 보면, 화단의 나무를 다듬다가 눈을 맞추고 직관(개안)하여, 문득  눈물이 주룩 쏟아지며 새삼스럽게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 화단에 서 있는 나무는 꽃이 된다.

 

어느날  정원에서  가위를 들고

나무를 다듬다가

문득 눈이 맞아

나무가 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 어 ? 화단에 서 있는 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꽃 ! >하고

바로 눈에 보이자

국어대사전의 견고함이  

무너지고 있었다.   

눈물이 주룩 쏟아지고  이 날

나무의 이름이 모두 없어져서 

내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