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엉덩이로 쓰는 시 / 서안나

자크라캉 2006. 4. 15. 19:54

     

                                                                                    그림 <네이버 포토앨범>

 

덩이로 쓰는 시 / 서안나

 

어느 시인이 말했었다

시는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머리도 손가락도 아니라

책상 앞에 눌어붙어서

엉덩이 힘으로 쓰는 것이라고

 

오랜만에 들른

시골 친구 집 마당 한 귀퉁이

늙은 호박이 땅에 엉덩이를 대고

퍼런 잎사귀와 줄기로

여름을 기어와

누렇게 금 딱지 처럼 제 몸을 익히는

엉덩이 힘으로 쓰는

한여름 펄펄 끓는 뜨거운 경전의 독경소리

 

엉덩이로 쓰는 시는 단단하다

친구가 호박죽 끓여 먹으라고

껍질을 벗겨주는 늙은 호박엔

칼도 들지 않는다

 

 

<문학선> 2005년 하반기호 

 

 

 

                                                     서안나 시인


  1965년 제주출생

  1990년 「문학과비평」겨울호 시부문 등단.

  1991년 「제주한라일보」신춘문예 소설부문 가작.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플롯속의 그녀들」2005년 문학과 경계

  현재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재학 중

「현대시」「다층」「시산맥」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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