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율 스님> 연합뉴스
병상 일기 /
천서봉
언제부터 저 입 굳게 다물었는지,
여문 시간의
가장자리로
곰팡이 꽃 더듬거리며 피었다
지면 여기 얼마나 많은 가슴들이
스스로의 말문에 족쇄를 달며 돌아갔겠는가.
외로운 것, 소리 없는 것
몸 밖으로 밀고 나간
영혼들이
올올의
심지처럼 서서
눈 먹먹한 진눈깨비 뿌렸다.
무슨 검사를 하러간다던
옆 침대의 환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쓸쓸한 쟁반 위의 한끼가 그를 기다리고
나는 기다릴 것도 없는
저녁의 과일들을 다시 한 번 씻어놓는다.
막막한 내 숨통의 길을 찾아
천정에 매달린 환풍구가
웅웅웅 겨울을 앓는 동안
내 오랜 병상을 붙들어 오던 불구의
사랑도,
필경엔
거울이나 되어 서성이는
저녁의 창문 같은 것임을 알겠다.
- 계간 '서시' 2006년 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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