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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시인은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 등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래, 기교 없이 투명한 시적 깨달음과 무욕의 경지에서
삶의 슬픔과 쓸쓸함을 끌어안는 시편을 잔잔한 화법으로 써왔다. 『밤 미시령』은 그가 5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이다. 그간 고형렬 시인의 시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화두는 고향, 가족, 일상, 자연, 시쓰기 등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 같은 화두에 대해 한층 농익은 성찰을
노래하면서도, 내면으로만 침잠하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근래 들어 부쩍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서정과 도회적이고
작위적인 감성의 폭주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던 우리 독자들에게 고형렬의 시는 인생과 시쓰기에 대한 담백하지만 열정을 잃지 않는 목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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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江上) 유람(遊覽)이라면 개금불사 작은 칼 달려라, 호랑아 동물원 플라타너스 모자산 꽃을
지나며 배구 조태 칼국수 청제비 울음소리 고니 발을 보다 메뚜기들 죽는 곳 고흐의 접시그림 음악을 죽인
거리 솔봉아 가지 않는 산이다 풀, 풀, 풀 청화 너무나 작은 먼지에서 하류(下流)의 시 눈 소리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돌 젖 청모의 노래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 나의 최초의 빛 고니 발에는 벌레 하늘
글 코이께 마사요(小池昌代) 밤사람 네거티브, 검판 폐차통지서를 받고 돼지 기르는 집에서 양양
내수면연구소 나옹 미나리꽝 가지 울음 파주 북시티의 마지막 담배 천수(千手) 겨울 논에서 11월
다람쥐 작고 시인 매직아이를 열지 마 다시 비선대 밤 미시령 다시 서울 선상의 시 4월 단풍연어
매만지면서 여치의 눈 버티컬 블라인드가 열릴 때 얼어붙는 울음 하나 나의 동굴 흰 모래의 잠 뚱칭에서 온 한
여성을 위하여 생전 도일처(都一處)에 와서 발바닥은 모시조개밭 싸우는 별을 보며 앗 첫얼음 얼다 찢어지다, 또
찢어지다 4월 경호원 K
해설_김춘식 시인의
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