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인작품

파도 난간에 책꽃이를 세우다 / 이충희

자크라캉 2006. 3. 22. 11:26

영동 매거진 `06년 3. 20일

 

 

파도 난간에 책꽃이를 세우다

 

                                   이충희

 

바다로 들어가 시집 한 권 쓰고

그 바다 300만원에 팔아 치우고

시집 한 권 달랑 챙겨

거하게 출판기념회 마치고

그 섬에 가고 싶다를

폐업하겠다는 시퍼런 각오를

파도자락으로 감추고

어금니까지 훤히 드러내놓고 웃습니다

詩人 금옥이가

 

아무래도 그 바다가 사단입니다

사대육신 멀쩡한 지 서방 놔두고

출렁이는 저 퍼들퍼들한 바다를

기둥서방 삼다니요

 

파도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세운

책꽂이를 보면 적잖이 미심적습니다

바다를 읽다가 그리움을 읽다가

물새떼 비상하 듯 그렇게 詩가 오시면

아무래도 그 바다 속에서 살지도 모르겠네요

 

日出과 日沒을 함께 거느리는 그 섬에는

섬이 그리운 詩人들이 들락거립니다

더러는 마뜩찮은 제 詩들을 몰래 꺼내

바닷물에 헹구고도 갑니다

 

돌아와서 나도 어디 빈 난간에

책꽂이 한 칸 세울 데 없나 두리번거리다

카페인에 기대 날밤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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