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당선작

`06년 호남투데이 신춘문예

자크라캉 2006. 2. 23. 13:50

2006 호남투데이 신춘문예 시




라면을 끓이며

 

 

                                유우현


노란 남비에 태양의 창자를 삼는다.
물이 연기 내며 타오를 때
삐딱한 오리 알 깨서 넣으면
더운 아내 쉰 김치가 되고
아이들은 고춧가루 되어 선다.
울타리에 양심을 버리는 이웃 백인
굵은 털 쭈뼛 쏟은 다리
굵은 파되어 송송 끓고
그 아내는 찹스틱 들고 부엌 벽을 밀고 온다.

라면이 다 익었다
배추 생절이는 언제부터 삼각관계였을까
수십 개의 검은 눈 달린 노란 단무지 먹을 때마다
보호소에서 불려 다닌 보리밥과 소금기 시퍼런
단무지를 토해내고
조사실 창문에 갇혀있는 별들이 불상하고
수갑 차고 있는 나무들도 불상해서
굵어지는 면발에 원을 긋고 앉자
안간힘에 허공을 기어오르는
냄새를 보며 하나님께 묵념을 올린다.
올해는 제발요,
퍼져버린 라면이라도 편안히 먹게 해 달라고

** 찹스틱 : 젓가락
** 남비: 냄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