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이방인의 뜰 -
바다는 멀다
임해원
어둑 새벽
바다의 낙조가 억새들 꺾인 무릎에 얹힌다
풀씨 같은 초저녁별을 품은 거기
눈이
부셨으나
바닷가에 사는 시인은 늘 바다가 부족하다
바다가 멀리 달아났기에
하늘을 허물어 그리로 흘려 보낸다
새떼들이
날갯짓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시간은 소멸 쪽으로 다가가고
사랑이라는 것조차
무너지는 허당을 어찌하지 못한다
떠나보내야 할 사람들 발을 묶은 섬의 한 끝씩
몸에 갇혀있던 어둠은 물음표를 세운다
주지 않았음에도 받아버린 상처
때문인가
물 위에 뜬 얼굴
괄호에 갇혀 뭉개진다
젊음의 거의를 소진하고도
설명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
말없음이 살가워지는 만큼만 세상을 이해하겠다며
어쩌다 늦게 피어난 흰 꽃에 어둠이 앉아
뜰 가득
바다가 출렁이는
하늘은 마침 밀물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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