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당선작

[스크랩] [미역] 박성우 -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자크라캉 2006. 2. 22. 11:37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미역

 

          박성우 

 

엄마가 마른 미역을

그릇에 담는 모습

지켜 본 뒤에야 알았어.

바짝 마른 미역,

발등에 물이 닿기만 해도

바다 속에서 살랑살랑 놀던

자신의 푸른 옛 모습,

고스란히 기억 해 내고

풀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말랐던 제 몸을

더듬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마른 줄기 안에 바다를

꼭꼭 숨겨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엄마가 몇 번이고

맑은 물에 미역을 헹구어 내도

바다 냄새를 풍기는 푸른 미역이

내 생일을 풀어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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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동시를 가려내는 과정은 선자(選者)에게 늘 이중의 고민을 떠안게 한다. 문학의 다른 장르와 달리 아동문학의 특성상 작품의 완성도와 더불어 동시의 주된 독자인 아이들의 눈높이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동시 부문에 응모한 많은 응모자들도 창작 과정에서 그와 일맥상통하는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최종심에 오른 다섯 명의 작품 중 두 명의 작품이 단연 두드러졌다. 먼저 이정림의 ‘돌하르방’은 시적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 돌하르방의 웃는 얼굴을 통해 역동적인 바다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건져낸 솜씨가 일품이었다.

여러 차례 반복하여 읽을수록 시의 느낌이 더욱 살아나는 좋은 시였지만, 다소 비약이 심하고 성인적 시선이 노출되어 아이들이 읽을 때 과연 얼마만큼이나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경우 좋은 시는 될 수 있지만 좋은 동시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박성우의 ‘미역’은 휠씬 쉽게 읽히는 시였다. 생일날 엄마가 물에 담가 놓은 미역을 통해 바다를 연상하는 이 동시는 ‘미역’과 ‘바다’라는 사물의 거리가 가깝듯이 시상의 전개가 매우 자연스러웠다. 일상의 체험을 시화(詩化)하는 과정에서 결코 번뜩이진 않지만 매우 선명한 이미지로 자신의 느낌을 진솔하게 드러내어 독자들의 마음을 저절로 움직이게 할 만한 동시였다.

무엇보다도 미역이라는 친근한 사물을 매개로 생일날의 설렘과 바다의 생기를 아무런 과장 없이 연결한 아이다운 시선과 상상력이 미더웠다. 그래서 기꺼이 올해의 당선작으로 올렸다.

최종심에서 함께 논의된 풍성희의 ‘시래기’원나연의 ‘엄마도 나처럼’이해완의 ‘물의 여행’도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작품들이었다.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정두리 신형건

 

 

 

출처 : 시와 시인
글쓴이 : 이동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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