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쉬파리 - 심은섭

자크라캉 2021. 9. 23. 19:12

사진 <http://blog.naver.com/bsmouse/70157344662[출처] 똥쉬파리작성자 들꽃사랑>에서 캡처

   

 

쉬파리

 

 

   심은섭

 

 

 

   반 평 남짓 백반집 식탁에 앉아 점심 밥상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몸무게가 1g도 채 안 되는 쉬파리 한 마리가 식탁에 내려앉는다 그는 두 눈을 굴리며 발 빠른 걸음으로 나에게 바짝 다가와 다짜고짜로 두 손이 닳도록 빈다

 

   그때 나는 여의도 황금뺏지도 아니고 홀로 핀 패랭이꽃일 뿐이고, 신용카드사용 대금을 틀어막으려고 월말마다 두통을 앓는 샐러리맨이고 비를 맞아 땅위에 납작 엎드린 폐허의 종이박스일 뿐···”이라고 중얼거리는 사이에

 

   더 가까이 다가와 나를 빤히 쳐다보며 싹싹 빈다 흰 고봉밥을 허물며 또 생각했다 노상방요 범칙금도, 교회의 헌금도 꼬박꼬박 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그것은 며칠 전 고스톱 판에서 광값을 떼먹은 것에 대한 팔뚝질이었다

 

 

 

  -출처  :  2021년 《시와시학》 가을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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