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문경초록사과마을. 카페에서 캡처
홍옥
심은섭
풋내를 풍기며 사는 날도 있었다 그때 그녀의 지문을 훑어보던 무면허 탐정들이 봄이 실종된 고무풍선이라고 단정했다 어떤 점쟁이는 칠월쯤에 지상으로 떨어질 파과破果에 불과하다는 점괘를 내놓았다 그런 풍문이 SNS를 타고 나돌수록
그녀는 옹기 굽는 가마 같은 한낮의 뙤약볕에 등뼈를 구웠다 장마전선을 개마고원 이마까지 끌어 올리는 태풍 속에서도 동굴의 박쥐처럼 허공에 매달린 채 어둠을 통과할 줄 아는 습성을 익혔다 그런 까닭에 속살의 질감이 견고한 것이다
태양을 가득 실은 8월이 찾아왔다 백록담의 목을 축이던 천년의 담수가 고갈되어도 그녀는 명품 가문의 위상을 지키려고 사과나무에서 둥근 몸을 붉게 구워냈다 그 후 과수원연합회에서 그녀를 시월 공화국의 붉은 여왕으로 추대하였다
-출처 : 2021년 《시와시학》 가을호에 게재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내 - 심은섭 (0) | 2021.10.02 |
---|---|
쉬파리 - 심은섭 (0) | 2021.09.23 |
독도학 개론 - 심은섭 (0) | 2021.09.08 |
물의 하산下山 - 심은섭 (0) | 2021.08.28 |
만삭의 여인 1 -심은섭 시인 (0) | 2021.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