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대학 동문 카페>에서 캡처
추천사(鞦韆詞) / 서정주
ㅡ 춘향의 말 1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데미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시해설]
고전의 현대화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은 여러 새로운 방법과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서정주의 시 가운데 ‘ ㅡ 춘향의 말’이란 부제가 붙은 작품이 세 편 있다. <추천사(鞦韆詞)>, <다시 밝은 날에>, <춘향 유문(春香遺文))>이 바로 그것이다. 시 <다시 밝은 날에>와 <춘향 유문>은 고전 <춘향전>의 내용과는 전혀 관계 없이 시인의 상상력으로 창작한 것이지만, 시 <추천사(鞦韆詞)>는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소설 <열녀 춘향 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의 일부 내용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두 작품에는 내용 전개상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으니 시 <추천사>에서 춘향이 그네를 뛰면서 ‘님’과 만날 수 없는 사랑의 괴로움을 노래하고 있는데 반해, <열녀 춘향 수절가>에서는 오월 단오날 춘향이 그네를 뛰다가 이 도령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시 <추천사>는 고전 소설과는 다른 주제를 노래하면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시 <추천사>를 이해하는 데 <춘향전>의 스토리 전개를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춘향’의 괴로움과 인간적인 운명을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따라서 우리는 이 작품을 ‘절대주의적 관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시의 전체 구조는 그네를 뛰는 과정의 전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처음엔 느리게 천천히 그네를 뛰다가, 높이 올라갈수록 그네 뛰는 속도가 빨라지고 격렬해지는 모습을 시의 전개 형태와 낭독 호흡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춘향의 내적 괴로움과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수단으로 그네가 사용되었지만, 그넷줄이 나무에 매어 있어 춘향이 하늘에 도달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한계를 나타낸다. 이것은 인간에게 놓여진 운명적 한계 의식과 현실에 대한 춘향의 좌절을 암시한다. 시 <추천사>는 고전을 바탕으로 하였으면서도 새롭게 변형·재창조하여 해석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추천(鞦韆)”은 그네를 말한다. ‘그네’는 이 시에서 춘향의 내적 괴로움과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수단으로 사용된 소재이다. 이 시의 전개 방식은 그네를 점점 높이 뛰는 진행 방식을 따르고 있다. “향단(香丹)아”는 이 시를 대화체로 이끌어 극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설정한 인물이다. “머언 바다”는 억압이 없는 자유로운 세계로, ‘하늘’과 내포적 의미가 같다. 제1연은 짧은 구절을 4행으로 처리하여 느린 박자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그네를 뛰기 시작할 때 그네의 느린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한 시인의 의도라 하겠다. 제2연은 춘향을 유혹하는 현실의 존재들을 나열하고 있다. 이들은 춘향이 세상을 떠난다고 할 때 춘향에게 갈등과 미련을 갖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수양버들나무”는 오월 단오날 그네 뛸 때 춘향은 이 도령과 처음 만난 곳이다. ‘수양버들나무’는 그 그네를 매었던 나무로, 이 도령과 처음 만났던 그 날의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사물이 된다. “베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데미”는 현재 춘향은 이 도령과 떨어져 독수공방(獨守空房)하는 외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것은 춘향을 괴롭히는 존재가 된다. “자잘한 나비새끼”는 춘향을 괴롭히고 유혹하는 뭇 남자들을 뜻한다. 예로부터 여자를 ‘꽃’으로 비유할 때, 남자를 ‘나비’로 비유했다. “꾀꼬리”는 춘향을 꼬이는 달콤하고 영롱한 소리를 뜻한다. 이 시의 계절적 배경인 ‘오월’과도 연관이 있다.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은 항해할 때 좌초와 충돌을 일으키는 장애물이 없는 곳을 말한다. “산호(珊瑚)도 ~ 저 하늘로”는 그네 뛸 때 지상에서 하늘로 향해 비상(飛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네 뛰는 여인을 예로부터 선녀에 비유해 왔다. 따라서 “채색(彩色)한 구름”은 춘향이 자신을 오색 구름을 타고 나는 선녀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르시시즘적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 울렁이는 가슴”은 이상향을 향한 욕망, 즉 이 도령을 그리워하며 만나고 싶은 욕망을 뜻한다고 하겠다. 제3연은 그네가 점점 높이 올라감에 따라 춘향의 심정도 상승하는 구조이다. “서(西)으로 가는 달”은 불교의 극락 세계인 서방정토로 가는 존재로, 춘향에게 있어 ‘서방정토(西方淨土)’는 이 도령과 만나 사랑을 성취하는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는 임을 만날 수 없는 현실의 한계와 좌절감을 뜻한다. “바람이 ~ 밀어 올려 다오”는 자아의 소망을 달성하기 위해 보다 격정적이고 격렬한 행동을 나타내고 있는 몸부림의 표현이다. “향단아”는 시적 자아의 울먹이는 심정으로 토로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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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의 작품 계승과정
근원설화 à판소리(춘향가) à 판소리계 소설(춘향전) à 신소설(옥중화, 이해조가 지은 신소설) à 현대소설(
●근원설화
(1)아랑설화: 경남밀양에서 전승됨, 억울하게 죽은 ‘아랑’이 원령이 되어 자신의 원한을 푼 뒤 변고가 없어졌다는 설화.
(2)도미의 처 설화: 백제의 개루왕이 도미를 불러 산속에 미인인 처를 혼자 놔두면 되겠으냐하자 도미는 제 아내는 마음을 변하지 않는다 하여 개루왕이 도미에게 일을 시키고 밤에 찾아가 도미와 내기하여 내가 이겼으니 너를 궁인으로 삼겠다 하여 그녀를 취하려 하자 도미의 처는 계집종을 자신의 옷을 입혀 들여 보내니 왕이 진노하여 도미를 불러 눈을 빼내고 배를 태워 멀리 보냈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취하려 하자 남편을 잃은 몸이 혼자 살아 갈 수 없는데 하물며 왕을 모시게 되었는데 어찌 감히 명령을 따르겠나이까. 오늘은 생리 중이니 내일 목욕재계하고 기다리겠다고 하고, 날이 밝기 전에 도망을 나와 강가에서 통곡하노라니 웬 배가 물결 따라 흘러와 그 배를 타고
(3)지리산 산녀 설화: 그녀는 가난하여 집안의 형편이 어려웠으나 부도(婦道)를 잘 닦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에 백제 왕이 그녀의 아름다운 행실을 듣고 그녀를 취하려 했으니, 죽음으로서 왕명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4) 성세창 설화: 양반 자제와 기생 사랑이야기 (남원추녀 설화: 남원 아주 못생긴 기생과 아주 잘생긴 양반집 도령을 사모하다가 죽을 때 한 번만이라고 보고 죽기를 원했으나, 도령 얼굴을 한 번 보지 못하고 죽어 한을 품은 이야기)
(5) 암행어사 설화(어사 이시발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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