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천터미널선교회(전도, 중보기도)>님의 카페에서
겨울산 / 심은섭
늘 얼음장이었던, 그렇게 겨울산인 줄 알았던 아버지,
그 몸 속엔
입 안의 거미줄 걷어낸 두꺼비들이 떼지어 산다 거울 속 제 얼굴에 놀란 힘바족 추장도 있고, 적막으로 비탈진 허기를 채운 독가촌도 보인다 온 몸이 젖은 네바강도, 낙엽처럼 뒹구는 난민촌 빈 그릇도, 뒷골목 맹금류는 사라졌다
어떤 제사장은 이런 축문을 읽었다-그는 광두정에 걸려 퍼덕거리는 뭉게구름이거나 오열이 실종된 인공눈물이고, 술 취한 여왕의 침실을 기웃거리는 그림자이고, 군침 흘리는 밤을 숭배하는 신흥종교 교주라고 했다
재의 수요일
불혹의 강 언저리에서 겨울산을 바라보았을 때
예루살렘의 밀밭길이거나 붉은 색으로 바다의 초록목덜미를 그릴 줄 아는 화가였다 늘 빈 찻잔을 숭배하는 접시이고 빗방울 껍질을 벗겨 먹고 사는 양철지붕이었다 분식점 입간판을 응시하는 외등, 목동들이 밑줄 친 성서 한 줄이었다
출처 : 2010년 『시평』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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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등단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l `06년 「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6년 제1회 「정심문학상」 수상
l `08년 「시와세계」 겨울호로 <문학평론> 당선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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