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부대 / 심은섭
보석을 숭배하는 복부인은 아니다 그녀들의 정체는 사하라사막의 낙타이고 패스워드는 성녀의 아득한 발자국 소리, 홍수와 가뭄이 서식하는 그녀들의 몸 속, 몇 개의 해일과 천둥번개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전신이 벌통이다 두 눈이 붉은 칸나도 피어있다 때론, 난간 없는 늪 위에 집 한 채 짓고 사는 가시연꽃이다 어둠이 스스로 결박을 푸는 시간, 훈련 한 번 받아 본 적 없는 비정규군들, 대형 마트를 공략할 때면 게릴라 전술을 펼친다 가령, 경멸을 모르는 일 원짜리 동전이 되거나 바겐세일기간 동안 발바닥에서 말발굽소릴 내는 일이다 가끔 반짝거리는 밍크코트가 손짓하면 빙하의 골짜기에서 부는 마칼바람이 된다 능소화 같은 노을이 핀 저녁, 밟으면 바스락 소릴 내는 가랑잎이 된다 시간이 둥글게 몸을 만다 굵어진 팔뚝, 차원을 넘은 허리둘레, 위대한 여승의 탄생이다
2009년 <우리시>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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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등단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l `06년 「5.18 기념재단」<문학상 작품 공모> 詩부문 당선 수상
l `06년 제1회 <정심문학상> 수상
l `08년 「시와세계」 겨울호로 <문학평론> 당선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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